[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일부분에 대한 삭감이냐 대폭적인 증액이냐. 677조 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의 '예산전쟁'이 31일 막을 올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공청회를 시작해 4주간에 걸쳐 예산안을 심사하고, 다음달 29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170석으로 국회를 장악한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의 기조는 '증액'이다.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은 올해 2024년도보다 3.2% 늘어난 677조원인데, 이것이 명목성장률 4.5%보다 낮아 예산안 증가율을 최소한 4.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증액을 이끌 대표항목으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1공약으로 내세워 당론으로 추진하는 전국민 25만~35만원 지원과 관련한 지역화폐 예산, 그리고 기본소득 관련 예산이다.
2023년 12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이와 관련해 "국고에 남은 예비비 중 2조원 정도를 동원해 지역화폐 10조원을 추가 발행하자"고 제안했을 정도다.
반면, 정부는 지역화폐 대신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올해 5조원에서 내년에 5조 5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3900억원 편성해놓았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지역화폐로 대체하면서 지역화폐에만 2조원을 쏟아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교무상교육의 경우 국비지원이 일몰제로 인해 끊기는데, 이에 대해 1조원을 지원하자고 했다.
세부적으로는 원자력발전 생태계 사업에 들어갈 1000~1500억원을 일괄 삭감하고, 80억원 정도로 잡힌 검찰 특수활동비 또한 영수증 입증이 안 되면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3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각종 비리와 불법으로 얼룩진 예산을 과감히 덜어내고 경제 회복을 위한 마중물 예산을 보강하겠다"며 "일명 김건희 예산과 검찰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해서 지역화폐, 고교 무상교육 등 민생 예산에 보태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민주당은 '이재명표 예산'을 어떻게 해서든 실행에 옮기겠다는 복안이다.
2023년 12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맞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러한 예산 기조가 '포퓰리즘'이라는 반론을 내놓았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이재명표 예산' 추진에 대해 "(전국민 1인당 25만~35만원 지원은) 실제 경기부양 효과를 찾기도 어렵고, 국가경제를 갉아먹는 포퓰리즘 예산"이라며 "망국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또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방향에 대해 "민주당 공세에 의연하게 대응해 재정건전성 기조를 유지하도록 하겠다"며 "여당은 가성비 있으면서도 민생을 두텁게 하는 예산을 꾸리는데 포인트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일주일 뒤인 다음달 7~8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항목별 감액과 증액이 이뤄지는 예산조정소위원회는 다음달 18~25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