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계가 판매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긴축 경영체제에 나서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비핵심 사업도 매각하고 있다. 당분간 석유화학업황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긴축 경영 기조는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3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38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70억 원 흑자에서 적자전환했다. 한화솔루션도 영업손실 810억 원으로 지난 893억 원 흑자에서 적자전환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사진=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은 아직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케미칼이 3분기 1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업계가 전체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올린 이유는 수요 회복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수요가 살아나지 않다 보니 제품 판매 가격 역시 약세를 보였는데 반대로 원료 가격과 해상운임 등은 올라가면서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자 석유화학업체들은 긴축 경영을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다. 먼저 LG화학은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올해 초 LG화학이 제시한 설비투자 규모는 4조 원이었는데 이를 2조 원 중반대로 축소한다.
LG화학은 지난 7월 3조 원 중반대로 한차례 투자 규모를 줄이기로 했었는데 이보다 투자 규모를 더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 부진에 또 다른 핵심인 이차전지 소재 사업까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자 투자 규모를 또 다시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수요 불확실성을 고려해 연말까지 보면 설비튜자 규모가 2조 원대 중반 수준으로 크게 감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산업 시황과 시장 변동성,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불확실성을 고려해 보다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투자의사 결정 및 집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말레이시아 소재 합성고무 생산 회사인 LUSR을 청산하면서 비핵심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LUSR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합성고무를 생산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로 롯데케미칼의 5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롯데케미칼의 전략 방향에 따라 비핵심사업으로 판단돼 롯데케미칼은 청산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전략적 관점의 사업 철수, 비효율 자산의 매각, 사업 리스크 관리를 위한 투자유치 등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한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의 긴축 경영 분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석유화학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대를 걸었던 중국의 경기 부양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내년에도 보수적으로 투자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중장기적으로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까지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도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약 40% 축소한 1조7000억 원 수준으로 설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비핵심사업 등 비효율 자산에 대한 매각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업체들이 신사업을 꼽고 있는 이차전지 소재 부문도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인해 어려움이 커지면서 긴축경영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며 “내년에도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느 전망이 우세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기보다 상황을 더 지켜보면서 진행하자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