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차 회동에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록이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두 대표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 민생을 위한 회동을 기약했다. 하지만 녹취록 공개의 여파로 대표회동의 실익이 사라져 이들의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관측됐다.
한 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명씨의 녹취록이 공개된 지 닷새 만에 작심발언을 쏟았다. 그간 물밑으로 대통령실에 쇄신과 개각 등을 촉구했으나, 윤 대통령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행동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한 대표는 당대표에 당선된 후 이날까지 대통령실을 향한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해 왔다. 친윤계가 한 대표를 향해 ‘배신자’라는 프레임 공세를 펼치고 있는 만큼, 책잡히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1일 국회에서 여야 대표회담을 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 면담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나자, 친한계는 ‘홀대’라는 비판을 쏟아냈음에도 한 대표만큼은 불평을 토로하지 않았다. 한 대표는 대통령과 면담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도 침묵을 지켜왔다.
그러나 한 대표는 지난달 31일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재보궐선거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자 침묵을 깼다. 당내 소수인 친한계를 비롯해 당의 중진과 원로들까지 한 대표가 요구하고 있는 대통령실 ‘쇄신’에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에 더불어 김 여사의 공개활동 중단, 대통령 참모진들의 인적 쇄신, 개각, 특별감찰관 임명, 국정기조 전환까지 촉구했다. 특히 한 대표는 “당이 중심을 잡고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 (쇄신을)당도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라면서 당정관계의 주도권 확보에도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냄으로써 양당대표의 2차 회동은 기약 없어졌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가 이 대표와의 회동을 기반으로 윤 대통령을 압박하려고 했으나, 이미 쇄신을 촉구할 만큼 영향력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이에 한 대표는 이날 회동 대상자인 이 대표를 향해 ‘범죄 혐의자’라고 낙인을 찍기도 했다. 한 대표는 “지난 주말 민주당 지도부가 거리로 총출동해 이 나라의 헌정 중단을 선동했다. 그 저의는 속이 뻔히 보일 정도로 분명하다”라면서 “이 대표의 중대범죄 혐의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 헌정을 중단시켜 버리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회동으로 배신자라는 프레임에 갇히는 것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공격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 대표의 강경한 발언은 두 대표의 회동이 무산될 경우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읽힌다.
이에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즉각 반박했다. 한 대변인은 한 대표의 발언에 대해 “(한 대표가)배신자 프레임을 조금이라도 벗어나 보려고 하는 안타까운 몸부림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를 걸고 넘어가는 것 같다. 우리는(회동을) 하자고 하는데, 저쪽에서 피하고 있다”라면서 두 대표의 회동이 지연되는 책임은 한 대표에게 있다고 꼬집었다.
양당이 날선 신경전을 펼치는 것에 더해 회동의 의제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만남이 불발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양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의정협의체 출범 △대통령실의 쇄신 촉구 △금투세 폐지 등을 언급했다. 이는 회동에서 다뤄질 것으로 여겨졌던 의제였다. 하지만 이들이 의제를 사실상 소멸시킴으로써 회동을 통해 얻을 실익이 없어지게 됐다. 따라서 두 대표가 적극적으로 회동에 임할 이유도 사라졌다고 평가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한 대표의 경우 이제 이 대표와 회동에서 얻을 것이 없는 상태다. 반면 이 대표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회동을 통해 ‘민생’을 챙긴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한 대표가 회동을 제안한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대표가 회동을 재요청한다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오는 15일 이전에는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이고,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인 25일 전에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