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SSG 랜더스가 최정(37)과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예고'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왜 이런 계약 예고를 하게 된 걸까. 최정이 팀의 간판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통산 홈런왕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보인다.
SSG는 4일 구단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금일 최정 선수 측과 만나 긍정적으로 얘기를 나눴으며, 선수 측이 FA 계약 방식으로 진행하길 원해 FA 시장이 열리는 오는 6일(수)에 계약 후 최종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SG 구단이 팀 간판 타자이자 통산 홈런왕 최정과 6일 FA 계약을 하겠다고 예고해 관심을 모았다. /사진=SSG 랜더스
최정은 올 시즌을 마치면서 세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2일 2025년 FA 자격 선수 명단을 공시했고, 30명 명단에 최정도 이름을 올렸다. 해당 선수들은 4일까지 FA 권리 행사의 승인을 신청했고, KBO는 5일 FA 권리를 행사하기로 한 선수들 20명을 FA 승인 선수로 공시했다. 이제 공시 다음 날인 6일부터 FA 시장이 열려 FA 승인 선수는 모든 구단과 공식적으로 협상 및 계약이 가능하다.
당초 SSG 구단의 계획은 최정이 FA가 되기 전에, 바FA 다년 계약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FA 자격 선수 공시가 될 때까지 계약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이에 팬들 사이에서는 SSG와 최정이 원만하게 계약 합의를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정은 적잖은 나이에도 올 시즌 37개의 홈런을 날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C등급 FA로, 다른 팀이 데려갈 경우 보상선수 없이 올해 연봉(10억원)의 150%인 15억원 지급하면 된다. 최정이 최소 몇 년은 더 타격 파워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우타 거포가 필요한 팀에는 매력적인 FA 영입 카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정이 쉽사리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것 같지는 않다. 20년간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최정은 SSG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 타자다. 올 시즌에는 이승엽이 갖고 있던 통산 최다 홈런(467개) 기록을 넘어서며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됐고, 통산 홈런 수를 495개까지 늘려놓았다. 다음 시즌 초반 500홈런 달성은 확정적이고, 앞으로 4년정도 더 현역으로 뛴다면 600홈런도 가능하다.
이런 최정을 SSG가 다른 팀에 넘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또 다른 '원클럽맨' 김강민을 보호선수 명단에 넣지 않았다가 환화 이글스에 내주며 팬들의 비난 폭격을 맞았던 SSG다. 최정마저 놓친다면 충성도 높았던 팬들이 완전히 등을 돌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최정에게 SSG가 최소 100억원 이상의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정은 앞선 두 차례 FA 계약에서 거액을 챙겼다. 2014년 11월 첫 FA 때 4년 86억원, 2018년 12월 두번째 FA 때는 6년 106억원에 계약하며 팀에 남았다. 두 번의 FA 계약 총액이 192억원인 최정은 이번에 100억원 전후에 계약한다고 가정하면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갖고 있는 역대 FA 총액 최고(2회 277억원)를 넘어 또 하나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SSG 구단이 최정과 6일 계약 발표를 예고함으로써 이미 계약 조건은 거의 합의한 듯하다. 그런데 왜 최정은 비FA 다년 계약 대신 FA 계약을 원했을까.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계약금' 문제다. KBO 규정상 계약금은 신인과 FA 계약 선수만 받을 수 있다. 비FA 다년 계약 선수는 계약금을 받을 수 없다. 목돈을 계약금으로 미리 받는 것이 선수 입장에서는 훨씬 좋다. 또한 FA 계약 총액 1위 타이틀을 차지하는 상징적인 면도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계약 후 한꺼번에 많은 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또다른 측면에서는 최정과 FA 계약을 하는 것이 유리한 점도 있다. SSG가 다른 팀에서 보상 선수가 발생하는 FA를 영입할 경우, FA 계약 선수는 보호선수에 넣지 않아도 자동 보호가 돼 다른 팀이 보상선수로 데려갈 수 없다. 구단으로서는 FA 계약으로 보호선수 1명을 아낄 수 있다.
SSG가 어차피 최정과 FA 계약을 하기로 했다면, 굳이 4일 '계약 예고'를 한 이유는 뭘까. 팬들의 시선 때문으로 이해된다. 5일 발표된 FA 승인 선수 명단에 최정이 이름을 올렸는데, SSG가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팬들은 다른 팀이 최정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해 낚아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SSG 구단으로서는 '최정과 계약합니다'라고 미리 팬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 관심사는 최정이 몇 년 계약에 총액 얼마를 받고 계속 SSG 유니폼을 입느냐다. 6일 FA 시장이 열리면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