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벤츠, 연간 900대 충돌테스트…"완전한 안전을 위해"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진델핑겐(독일)=김연지 기자]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평가 현장을 공개했다. 벤츠는 센터 건설을 위해 수백만 유로를 투자하고, 완벽한 테스트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더했다. 총면적이 5만5000㎡(1만6637.5평)에 달하는 벤츠의 차량안전기술센터는 지난 2016년 완공됐다. 

센터에서는 거의 모든 형태의 사고 재현이 가능하다. 차량을 어떤 각도로든 충돌시킬 수 있으며 자동 운전 중에 발생하는 충돌까지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다양한 겹침 각도의 충돌이나 두 대의 차량이 이동 중인 상태에서의 측면 충돌 테스트도 가능하다. 벤츠는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트랙 평탄화에 공을 들였고, 100 미터당 허용 오차범위는 5mm에 불과하다. 센터의 가장 긴 트랙의 길이는 250m이며 최고 시속 120km로 충돌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벤츠의 차량은 본격 양산에 들어가기 전 다양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컴퓨터를 통해 1만5000회의 사고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약 150회의 실제 충돌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벤츠는 하루에 약 3대, 1년간 900대 이상의 충돌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벤츠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독일 진델핑겐의 벤츠 차량 안전 기술센터(TFS)에서 한국 출시를 앞두고 있는 2025년형 EQS 전기 세단의 정면충돌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날 충돌 평가는 70M의 거리를 시속 64km로 달려 장애물에 충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차량 테스트는 앞 범퍼의 40%가량이 장애물과 접촉하도록 설정됐다.

테스트를 위해 설치된 장애물 주위로 조명이 환하게 들어왔고, 곧 출발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리자 벤츠의 주황색 EQS가 직선거리를 내달려 '쾅'하는 굉음을 내며 장애물에 부딪혔다. 차가 출발해서 부딪히는데까지는 약 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정말 눈 깜짝할 새 장애물에 부딪힌 차량은 보닛이 앞바퀴까지 찌그러졌고, 위험 상황을 알리는 비상깜빡이가 켜졌다.

충돌 후 엔지니어들이 사고 차량으로 다가왔다. 적외선 카메라로 화재 위험이 있는지 확인한 뒤 전압 시스템 차단 여부도 확인했다. 에어백이나 안전벨트 등의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한 뒤 운전석 문을 열기 위한 힘을 측정했다.

마르셀 브로드벡 전기차 충돌시험 엔지니어는 "문을 여는 손잡이가 튀어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차가 자동으로 락을 해제한 것"이라면서 "비상 상황에서 차 안으로 들어가거나 탑승자가 차 밖으로 탈출할 수 있게 문이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큰 충격으로 차가 변형돼도 문이 쉽게 열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문을 여는 힘을 측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돌 직후에는 보닛 쪽에서 약간의 연기가 올라왔다. 하지만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장애물과 충돌한 운전석 쪽 보닛이 밀려들어 가면서 앞바퀴도 손상되고, 엔진룸 내부도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부서졌다. 외관이 종잇장처럼 찌그러지고 바닥에는 냉각수가 흘러넘쳤지만 에어백이 터진 운전석 실내는 전혀 손상이 없었다. 크럼플 존(차량 충돌 시 찌그러지거나 구겨지도록 설계된 부위)이 충격을 흡수해 준 덕분이다.

율리아 힌너스 벤츠 충돌 안전 엔지니어는 "차가 거의 반파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더 많이 변형이 발생해서 많은 변형 구간이 확보되면 탑승자에게 사해지는 가속에 의한 충격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면서 "보기에는 자극적이지만 많이 부서진 것이 오히려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충돌 지점 아래 바닥은 유리로 돼 있다. 힌너스 엔지니어는 "고전압 배터리가 차량 아래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테스트를 유리판 위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비디오 영상을 통해 배터리에 손상이 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벤츠는 EQS를 비롯한 전기차에 사고에서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구조적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차량 아래에 배터리를 배치하고 차체 바닥은 고강도 강철로 이뤄진 보호막을 탑재했다. 양극과 음극 배선을 분리한 폐쇄 전기 회로를 구성해 합선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벤츠는 안전 목표는 '완전한 안전'이다. 힌너스 엔지니어는 "벤츠는 법적 요건, 소비자 안전 등급, 그리고 법적 요건보다 훨씬 까다로운 내부 기준 등 3가지 차량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며 "사고 연구를 통해 새로 알려진 사실이 있으면 이를 반영해 내부 요건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