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에 대해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선동"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을 수사하려는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또 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여사 특검법 관련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1.7 /사진=연합뉴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답변에서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도 마찬가지이고,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마음이 아무리 아파도 가족과 관련해 특혜를 준다는 것은 국법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이는 절대 안 된다. 그걸 (지키지) 못할 것이라면 대통령, 검찰총장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특검을 국회가 결정해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며 "이는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의혹이 구체적으로 나와서 대통령이 이걸 국민들에게 '수사를 통해 해야된다'고 판단할 때에는 대통령 지시로 법무부장관이 특별검사를 지명한다"며 "별도 특별검사를 임명하는데 과거 '이란 콘트라 사례' 같은 경우, 미국 국회에서 특별검사로 수사해야 되지 않느냐는 결의를 하게 되면 임명할지 말지는 법무부장관이 판단하고, 워싱턴DC 고등법원에서 검사를 임명하게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2년 넘도록 수백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을 조사하고, 김건희 (여사)를 기소할 만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수사했다"며 "그러나 기소를 못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다시 이런 방대한 규모의 수사팀을 만들어 수사한다는 것은 문제"라며 "다시 수사하면 제 아내만 조사하는게 아니라 많은 사람을 재수사해야 하는데, 통상 수사로 한번 털고 간 것에 대해서는 반복하지 않는 일사부재리를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것을 갖고 특검을 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에 대한 인권 유린"이라며 "헌법 제도 틀 안에서 대통령이 받아들이고,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사법이라는 이름으로 꼭 필요할 때 써야 하는 칼을 정치에 가져오는 것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아무리 사랑하는 아내지만 제 아내가 과오를 저지르고 불법을 저질렀다면, 만일 제 신분이 변호사라면 아내를 디펜스해줘야 하겠으나 검찰총장이나 대통령으로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것(특검법 반대)은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의 문제가 절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2024.11.7 /사진=연합뉴스
"저와 제 아내의 처신이 올바르지 못해 사과"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것은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모든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더 조심하겠다는 말"이라며 "저와 제 아내의 처신이 올바르지 못해 사과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앞의 대국민담화에서 발표한 사과의 의미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회견 소식이 발표된 지난 4일 밤에 집에 가니까 아내가 그 기사를 봤는지 '사과를 제대로 하라. 괜히 임기반환점이라 해서 그동안의 국정 성과만 얘기하지 말고 사과를 많이 하라'고 했다"며 "이것도 국정 관여이고 국정 농단은 아니겠죠"라고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김 여사에 대해 "아내가 의도적인 악마화나 가짜뉴스, 침소봉대로 억울함도 본인은 갖고 있을 것이지만 그보다는 국민에게 걱정 끼쳐드리고 속상해하시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사과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말하기에는 지금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다"며 "명태균 씨와 관련한 내용 등 일부는 사실과 달라 인정할 수도 없고 모략이라 그것은 사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여러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만 제가 대통령으로서 기자회견을 하는 마당에 그 팩트를 갖고 다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그게 다 맞는다고 할 수도 없다"며 "어떤 것을 짚어서 말한다면 사과를 드리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사실 잘못 알려진 것도 많은데 대통령이 '맞다 아니다' 다퉈야 하겠는가"라며 "사과의 대상을 건건이 특정하지 못하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7일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TV로 생중계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2024.11.7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여사 국정 개입' 의혹에 선 그은 윤대통령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의 처신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과 함께 선거도 치르고 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입장"이라며 국정 개입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예를 들어 대통령이 참모를 야단치면 (부인이) '당신이 부드럽게 하라'고 하는 것을 국정 관여라고 할 수 없다"며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도 치르고 국정을 원만하게 하길 바라는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 정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때부터 저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지만, 제 집사람도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 제 처를 많이 '악마화'시킨 것은 있다"며 "기존 조직이 잘 돌아가는지를 봐야 하는 면에서 직보는 필요하지만, 계통을 밟지 않고 무슨 일을 하는 것을 저는 받아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 관리 및 그 조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결국 국민들이 좋아하시면 하고, 국민들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지금의 여론을 충분히 감안해 외교 관례와 국익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 왔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외활동 '자제'가 아니라, 저와 핵심 참모 판단에 국익과 관련해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활동은 사실상 중단해 왔고 앞으로도 중단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를 공식 보좌할 제2부속실장에 대해 이날 발령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대외활동과 관련해 "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어떤 면에서 보면 (아내가) 순진한 면도 있다.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바탕에서 잘못을 엄정히 가리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실 내 '김건희 여사 라인' 여부에 대한 질문에도, 윤 대통령은 "'김건희 라인'은 굉장히 부정적인 소리로 들린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부인은 어쨌든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서 정치를 잘할 수 있게, 과거 육영수 여사께서도 청와대 야당 노릇을 했다고 한다"며 "대통령 아내로서의 조언을 국정농단화하는 건 우리 정치문화상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