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우크라이나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의 본격적인 전투 투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북러 모두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비준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에 재선되자 취임 전 북한의 공세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비준서 교환 이후엔 그동안 러시아 군복을 입고 위장했던 북한군이 공개적으로 태세를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북한이 실제 전쟁 경험을 축적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지원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이와 관련해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정부는 북한의 전쟁 개입에 대응하는 원칙을 세우고 국내외에서 공감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4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 병력을 파병한 것은 한반도에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이는 북러 간 군사협력이 혈맹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피를 흘리면 그에 대한 대가가 당연히 따르게 된다. (앞으로) 러시아도 북한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반도에 무슨 일이 발생한다면. 러시아가 개입할 명분과 전례가 생기게 됐다. 그러니 북한의 파병은 한반도 문제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6.25전쟁 때도 그랬지만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혈맹이 중국과 러시아로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또 “북한은 이제 전쟁 당사자로서 권리가 생겼다. (전쟁 종결 등 과정에서) 북한에게도 권한이 생겼고, (종전 협상 과정에서도) 무엇인가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전쟁에 대한 책임도 있고 권한도 있다는 것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도 북한이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이 4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4.11.4../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참관단의 우크라이나 파견, 국익 위한 전훈 분석 당연한 일”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진 우리나라 참관단의 우크라이나 파견은 국익을 위해 추진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현대전을 하고 있는 북한군의 작전(능력)을 파악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정상적인 국가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전훈 분석을 위한 인력을 파견하는 것은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침략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계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넘어 탱크와 같은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국가도 있다. 우리의 참관단 파견은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한러관계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북한군 파병 문제에 관여할 때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살상용 공격무기를 지원하게 되면 한러관계가 파탄날 수 있고, 이는 국익에 반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양면이 있다. 그러나 인도적인 지원과 대공방어미사일 지원 정도는 논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며 점진적으로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간 우리는 한러 관계를 고려해 최소한의 제재에 동참했고, 북한이 공격용 무기를 지원했을 당시에도 이를 규탄을 했을 뿐, 우리는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지 않고 인내하며 러시아와 관계 유지를 위해 애써왔다”면서 “하지만 북한이 파병을 통해 혈맹으로까지 가고 있는데, 한러 관계 때문에 해야 할 도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우리도 가능성과 여지를 열어놓고 시나리오별로 단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우리 참관단의 우크라이나 파견에 야당이 ‘전쟁 반대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를 이슈화 정치화 정쟁화하고, 전쟁이냐 평화냐로 공포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들께 걱정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당장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할지 모르겠지만, 공포심으로 정치적 이익을 얻겠다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면서 정치권이 국익을 우선해 실용적인 판단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 의원은 지난 22대 총선에서 대구 중구남구 지역구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김 의원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 통일부 차관 등을 역임한 한반도 및 외교안보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런 전문성을 기반으로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이 4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4.11.4../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역구 의원수 절반이 수도권에…사회적 자원도 몰릴 수밖에” 지적
김 의원은 국회에 입성하면서 지역소멸 문제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면서 이를 위해 주민들과 현장에서 논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중구남구는 ‘구도심’이어서 낙후와 인구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그는 “구도심은 조용히 가라앉는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남구의 경우 전국에서 인구소멸 5위에 해당된다. 고령화 진행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면서 “구도심은 신도시보다 지역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에 제약이 많다. 따라서 큰 숙제를 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고민도 많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구 중구남구에 ‘문화관광’을 활성화해서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관광이라는 콘텐츠를 활용해 유동인구와 체류 인구를 늘릴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관광특구로써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대구는 타 지역과 달리 내륙 한가운데 위치해 관광지로서 장점이 부족하지만 창의력을 발휘해 대구만이 가진 장점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의원은 인구소멸 등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선 지역에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치구조 등이 우선적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도권 과밀화 문제는 사회자원을 배분하고 있는 정치의 변화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방소멸, 인구소멸의 문제가 언급되고 있는데도 현재 우리인구의 60%는 수도권에 모여 있다. 이는 권력이 수도권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돈을 쓰고, 정책을 만들고, 재원을 나누는 일을 국회나 정부가 하는데, 수도권에 이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의석수 300석(지역구 254석·비례대표 46석) 중 지역구 의석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122석이 수도권에 있으므로 사회적 자원이 수도권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을 고려해 지방에 지원금을 준다고 해서 지역소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것은 생색내기와 시늉에 그칠 뿐”이라며 “실질적으로 권력을 나누고 돈을 나누는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지방 이탈과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이 4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4.11.4../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 의원은 그러면서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비례대표가 늘어나거나, 인구와 지역을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선거구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의원은 “교육교부세의 경우 현재 지역 크기를 고려해 반영되고 있다. 국회의원도 지역 크기를 반영해 뽑아야 지방소멸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정치구조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지방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초선의원으로서 보다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법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그가 고심하고 있는 법안은 북한 오물풍선으로 우리국민이 피해를 입을 경우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 김 의원은 “북한의 도발에 의해 피해를 입었지만 현행 어느 법에서도 이를 보상해 주거나 피해를 지원해 줄 근거가 없다”며 “국민의 신체 또는 재산상 피해에 대한 피해지원보상법이 제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김 의원은 해당 입법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한 처벌법, 사고로 인해 일시적인 장애를 입을 경우 해당 기간 동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안 등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아쉽고 필요했던 법안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