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과 만났다.
중도층 외연 확장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대표는 기존에 주장했던 상법 개정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경영계의 대표적인 요구사항 중 하나인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소위 '우클릭'에 대한 야권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과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사진 가운데)이 11월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만나 간담회를 하기 전 경영계 건의사항을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11.11./사진=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먼저 발언에 나선 손 회장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에 대한 근로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직무의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로 개편이 시급하다"며 "경영계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은채 법정 근로시간만 단축하면 기업 경쟁력 크게 저하될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이 대표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결정해줘서 감사하다"면서도 "(회사에서 총주주로)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면 상법 개정안은 정상적인 경영기업 활동까지 위축까지 시킬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전 세계에서 노동 시간이 가장 긴 편에 속하는 것은 어찌 보면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노동 유연성과 사회 안전망 문제가 얽혀 있어서 서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정 부분 주52시간제를 조정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데모(시위)하고, 압박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며 "결국 정치와 정부 정책에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 이어 비공개로 계속된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간담회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비공개(간담회)에서도 상법을 개정하겠다고 (경영계에) 분명히 의견을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금투세 폐지 입장을 밝힌 대신 상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금투세 폐지 수용을 두고 아직 당내 이견이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권 내 반발이 잇따르자 '우클릭'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라도 상법 개정안 통과는 당연하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11./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하지만 정부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 움직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2025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종합정책질의 과정에서 "(상법을 두고) 법학자들 사이에서 논란과 우려가 있다"며 "실질적으로 일반주주나 소액주주의 이익을 실효성 있게 보호하는 장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상법 개정안을 두고 명확한 당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상법 개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의원들은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법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며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올라오는 상황이 되면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