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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右클릭’ 이재명의 딜레마

2024-11-16 11:13 | 진현우 기자 | hwjin@mediapen.com

진현우 정치사회부 기자

[미디어펜=진현우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우(右)클릭'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약속에 이어 최근 '배임죄 완화' '배당투자 분리 과세' 카드를 들고 나왔다. 15일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형이라는 1심 판결이 선고됐지만 이 대표는 더욱 우클릭 행보를 강화해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배임죄 문제는 집권여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미 지적했다"며 "검찰권 남용의 수단이 되고 있는 배임죄 문제는 신중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배임죄 완화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일에는 당내 '국가경제자문회의'를 출범시켰고 11일에는 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과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경총과의 간담회에서는 배당소득의 분리과세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대표적인 기업 밸류업 정책 중 하나로 주주들은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고 기업은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 대표는 또 이상돈, 김종인, 윤여준 등 보수계를 대표하는 원로들과도 잇따라 만나 정국 현안 및 민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 대표의 일련의 행보는 자신이 강조하고 있는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에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당대표 연임 출마를 공식 발표하며 "단언컨대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즉 '먹사니즘'이 바로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너무 빠르다' '당 내부와의 상의가 안 된 것 같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친이재명(친명)계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상법 개정을 놓고 "주주가 해외 자본일 경우 소송을 걸었을 때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 등 세세한 부분들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지금 전체적으로 급해보이고 너무 앞서나가는 느낌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오른쪽)과 김민석 최고위원이 11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11.15./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 단장인 오기형 의원도 지난 12일 이 대표가 언급한 배임죄 완화를 두고 "이 대표가 이미 말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하면서도 "조건부가 아니라 어디까지 가능하다고 말할 사안인지도 모르겠다"고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이를 의식한 것일까.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최소한 기업의 지배구조 만큼은 선진국 수준으로 반드시 바꿔놓겠다"며 "글로벌 경쟁을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불공정함, 부당함에 기반한 부당한 이익을 노려서야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도 외연 확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으며 차기 대권 행보에 빨간불이 들어온 만큼 '우클릭' 행보는 더욱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 논란 당시에도 '정책 디베이트(토론)'을 개최해 당내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이런 방법들을 통해 우클릭 행보에 반대하는 당내 일각을 설득하고 작금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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