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예금자보호한도가 24년만에 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은행권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저축은행업계는 예금보험요율 부담이 커지는만큼 마냥 반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18일 여야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13일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으로 오는 28일에 열릴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금자보호한도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파산할 때 고객이 맡긴 돈을 정부나 위탁기관이 보장해 주는 제도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로부터 예금보험료를 걷어 적립하고 금융사가 예금지급불가능 상태에 빠지게 되면 해당 금융사를 대신해 고객에게 예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예금자보호한도는 2001년 금융기관당 5000만원으로 지정된 이후 23년째 변화가 없었다. 이에 경제 성장 규모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미국은 25만달러(액 3억5000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약 1억5200만원), 일본은 1000만엔(약 9000만원) 한도로 한국에 비해 2배 가량 많다.
또 2001년 이후 23년이 지나며 1인당 GDP가 3배 가까이 증가했으나 예금자보호한도는 그대로다. 은행업권 보호 한도만 놓고 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1인당 GDP 대비 보호 한도 비율은 1.2배다. △미국 3.1배 △영국 2.2배 △일본 2.1배 △캐나다 1.4배 △호주 2.5배 △스위스 1.1배 등 주요 선진국에 견줘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예금자보호한도는 업권·금융상품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5000만원이다. 반면 미국, 영국, 일본 등은 특성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되면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유입 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은 은행보다 보호한도에 민감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한국금융학회에 따르면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확대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금조달수단이 예·적금으로 한정돼있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수신 유치에 유리해지면서 지금보다 공을 적게 들여도 된다. 다만 예보료율 부담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예금자보호한도가 높아지면 금융사는 그만큼 더 많은 보험료를 예보에 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예보 연구용역 결과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예보료율은 현행 수준 대비 최대 27.3%까지 상향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저축은행 예금자보험 요율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가장 높은 예보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은행 0.08%, 증권·보험 0.15%, 상호금융 0.2%, 저축은행은 0.4%다. 저축은행이 부담하는 예보료율은 시중은행보다 5배나 높다.
이에 예보료율 인하는 저축은행업계의 오랜 숙원과제로 꼽혀왔다. 저축은행업계는 예보료율을 다른 업권과 동일하게 0.15~0.2% 내외로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지속해서 금융당국에 예보료율 인하를 건의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예보료 부담이 커지면 수신금리가 낮아지면서 자금 유입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