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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변경' 넘은 마곡 르웨스트, 이번에는 '입주거부'?

2024-11-20 11:03 | 서동영 기자 | westeast0@mediapen.com
[미디어펜=서동영 기자]'롯데캐슬 르웨스트'를 둘러싼 수분양자와 시행사·시공사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당초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인 롯데캐슬 르웨스트를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을 요구하던 수분양자들이 문제가 해결되자 이제는 하자를 이유로 잔금 납부 및 입주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억 원이라는 거액을 기부채납하는 등 용도변경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시행사와 시공사는 수분양자들이 트집을 잡고 있다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생활형숙박시설에서 오피스텔로 전환됐지만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롯데캐슬 르웨스트 전경./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시행사·시공사 "수분양자 하자 주장은 오해"

지난 19일 오후 4시 서울 강서구 일대에 위차한 오피스텔 롯데캐슬 르웨스트에서는 수분양자를 위한 입주설명회가 열렸다. 총 876실의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지난 8월말 생숙으로 준공됐다. 이후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이어 강서구청의 승인을 받아 이달 초부터 생숙이 아닌 오피스텔로서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했다.   

입주설명회는 시행사인 마곡마이스PFV(롯데건설 지분 30%)와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수분양자들에게 지난 18일부터 하루 세 차례씩 마련한 자리 중 하나다.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설명회에서는 금융기관, 입주지원업체 등 여러 관계자들이 참석해 잔금 대출 및 납부 등 입주 과정을 안내한다. 

공사 현장소장도 참석해 수분양자들에게 하자 처리 등 현장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현장소장은 "현재 하자는 외국산 자재 확보에 시간이 걸리는 자재변경건 외에는 대부분 처리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하자 처리를 강조한 이유는 일부 수분양자들이 하자가 산적하다며 입주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분양자들이 주장하는 하자들은 미처 조립되지 않은 콘센트와 조명 컨트롤러, 찢어진 벽지, 지하주차장에 고인물 등이다. 

미디어펜이 자난 19일 확인한 롯데캐슬 르웨스트 호실 내부.


하지만 미디어펜이 이날 현장을 찾아 무작위로 복수의 호실을 선택해 내부를 살펴본 결과 수분양자들이 지적한 하자들은 찾을 수 없었다. 각종 스위치 작동 유무와 부엌 선반 도어 개폐 여부, 샷시 움직임을 비롯해 화장실 타일, 천장이나 실내 바닥 등 마감도 확인했으나 문제는 없었다. 

지하주차장도 살펴봤지만 물이 고인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동행한 시공사 관계자는 "지하 4층에서 배관이 파열돼 펌프로 물을 뺐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하연속벽이라는 공법을 사용했는데 현장 지층이 뻘처럼 물이 많다보니 건물과 지층을 차단하는 벽체 이음새 부위에 침출수가 스며들 수 있다"며 "이는 공법상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부실시공이나 배관 파열은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차장 구석 벽에 시멘트물과 접착제가 종유석처럼 굳었다는 사진에 대해서는 "저 종유석이라는 게 방수폼을 시공한 건데 긁어내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자 이슈에 대해 마곡마이스PFV와 롯데건설은 생숙에서 오피스텔 용도변경 과정에서 시공사가 자체적으로 하자를 보수하는 장면을 본 수분양자들의 오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이 진행 중이던 지난 9월초부터 10월 중순까지 외부 용역사를 고용 후 자체 점검 리스트를 작성해 하자를 처리했다"며 "이때 보수를 위해 벽지나 타일 등을 뜯어낸 것을 본 수분양자들이 하자로 잘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시행사와 시공사는 용도변경 이후 입주민들의 빠른 입주를 위해 자체적으로 하자점검 및 보수는 물론 수분양자들이 개별적으로 제기한 하자를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또 수분양자들이 제시한 사진들은 대부분 두달 전 일이라고 주장했다.

◆'생숙→오피스텔' 어렵게 용도변경 했는데…갈등은 여전

마곡마이스PFV·롯데건설과 수분양자간 분쟁은 생활형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는 문제부터 시작됐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지난 2021년 8월 생숙으로 분양하면서 876실 모집에 57만5940명이 몰리면서 평균 65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전매가 자유롭고 청약 시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중도금의 60%까지 대출이 나오는 등 다양한 이점이 있었기에 인기가 높았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호실 내 욕실 모습./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하지만 숙박업으로만 사용돼야 할 생숙이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해 주택처럼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국토부는 2021년 1월 14일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며 생숙의 불법 용도 변경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해 10월 용도변경 규제 완화 및 이행강제금 부과가 2년간 유예됐으나 기간 만료가 다가오면서 롯데캐슬 르웨스트에서는 마곡마이스PF·롯데건설과 수분양자간 갈등이 심화됐다. 수분양자들은 '사기분양'을 주장하며 중도금과 잔금 납부 거부 및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을 요구했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주거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체 876명 중 600여 명이 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마곡마이스PFV와 롯데건설은 사기분양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입주전 분양계약서 및 모집공고 내 '주거용도로 사용할 수 없음'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수분양자가 자필로 서명해 강서구청에 제출한 확약서에도 이같은 내용을 안내하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게다가 롯데캐슬 르웨스트 분양 시기는 정부가 이행강제금 부과를 예고 후 7개월 뒤다. 

다행히 지난 10월 24일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 승인이 났다. 서울에서 생숙이 오피스텔로 바뀐 첫 사례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다만 서울시와 강서구청은 오피스텔로 전환을 위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위한 기부채납 △오피스텔 기준에 적합한 주차공간 확보 △복도 피난 및 방화설비 보강 등을 요구했다. 

이로 인한 비용이 약 200억 원에 달했는데 원래대로라면 수분양자들의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원활한 입주를 위해 수분양자 대신 부담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갈등의 씨앗이 된 오피스텔 용도변경이 해결됐지만 시행사와 시공사, 수분양자간 대립은 여전하다. 하자 논란 속에도 입주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상당수 수분양자들은 여전히 계약해지 소송을 진행 중이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들이 19일 롯데건설 등이 진행한 입주설명회에 참석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마곡마이스PFV와 롯데건설은 용도변경을 위해 200억 원도 부담했는데 또다시 하자를 이유로 입주를 거부하는 수분양자들의 행태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입주설명회에 참석한 한 수분양자는 "한번 더 호실 내부 등을 살펴보고 잔금 납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면서도 "공용부분 등 입주를 시작했음에도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잔금부터 내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설명회도 말이 설명회지 사실상 수분양자에 대한 압박"이라고 성토했다. 

전문가들은 사용승인 3개월 뒤인 오는 29일까지 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수분양자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서를 보니 중도금 대출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공급계약 해지는 물론 총 분양대금 10%가 몰취된다"며 "여기에 지급 명령, 가압류 등 법적 조치는 물론 시행사가 대납한 중도금 대출이자 등이 별도 청구된다"고 설명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분양가가 16억 원대다. 

이어 "입주를 거부하려면 건물 안전이 우려될 정도의 중대한 하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랬다면 애초에 구청에서 사용승인을 내주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게다가 수분양자들이 당초 요구했던 용도변경이 이뤄졌음에도 계약을 취소해달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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