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5박 8일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페루·브라질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서울로 향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쟁 참전과 미국 대선 이후 펼쳐진 첫 다자외교 무대인 APEC·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의 불법 군사협력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공동전선을 주도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다자외교 무대에서 규범 기반 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군사협력 중단을 촉구하고 강한 규탄의 메시지를 공동으로 내는데 주력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은 페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북 군사협력의 본질은 무슨 일이 있어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지도자들간의 결탁"이라고 비판했고, 18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는 "G20이 규범 기반 질서 수호를 위한 의지와 행동을 결집해달라"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제3세션 '지속가능한 발전과 에너지 전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20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을 시작으로 이날 G20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 또한 잇달아 러시아와 북한을 향해 강한 규탄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15일(현지시간)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총리는 한미일 3국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한미일은 북한과 러시아의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일방적 침략 전쟁을 위험하게 확대하기로 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3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무기와 탄도미사일 이전을 포함한 러북 군사 협력 심화는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고려할 때 특히 심각하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유엔헌장 제51조에 명시된 국가의 고유한 권리인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을 지지하는 데 있어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같은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2년 만에 만난 윤 대통령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러북 군사 협력에 대응해 한중 양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는 데 협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18일(현지시간) 한국·멕시코·인도네시아·튀르키예·호주 협의체인 믹타(MIKTA) 회원국 정상들과 회동을 가진 윤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문을 통해 러시아와 북한 간 불법 군사협력에 대한 모든 유엔 회원국의 유엔 결의 지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번 다자외교 무대를 통해 내년 1월 출범할 미국 트럼프 신 행정부에 대한 외교 포석을 놓는 것에도 집중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2번째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 협력 제도화를 체계적으로 다졌고,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소통에 물꼬를 텄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번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과 계속 소통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미중 관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한국은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외교 기조 변화에 대해 대통령실은 "앞으로 양국이 자유무역 협상, 통상협력, 인적·문화적 교류 등에서 구체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의 전략은 한 번도 바뀐 적 없다"고 확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라질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국익을 중시하는 외교인데 하나는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투명성이 강하고 일관되며 예측가능한 파트너를 찾다 보니, 우연히 그러한 나라들이 자유 가치와 민주주의 경향을 띠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기 전반기인 지난 2년 반 동안 윤 대통령이 '가치외교'를 내걸고 한미동맹 및 한미일 삼각 협력에 힘을 실어왔다면, 임기 후반기의 시작인 이번 다자외교 무대에서 윤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책임외교'로 확장시켰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번 다자외교 무대에서 전세계의 격차·기후·식량 문제에 한국의 기여도를 더 높이겠다고 밝혔고, 아울러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양국 간 관계에서는 경제협력 강화에 방점을 두되,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책임외교'를 최대한 펼쳐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 수호·공급망 안정·격차해소를 위한 혁신적 접근 등을 강조했고, G20 정상회의에서는 기아빈곤 퇴치·인도적 지원·공적개발원조 확대 등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