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철강업계가 장기 수요 부진으로 인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 정리에 나섰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 폐쇄를 결정했고, 현대제철도 포항2공장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도 철강 시황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트럼프 2기로 인한 변수도 남아있어 긴축경영 움직임은 이어질 전망이다.
◆포스코, 올해 두 번째 공장 폐쇄…현대제철도 동참
2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19일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1선재공장은 지난 1979년 가동을 시작하면서 누적 4500만 톤의 선재 제품을 생산했으나 수요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됐다.
이번 공장 폐쇄로 포항제철소 선재 생산능력은 기존 284만7000톤에서 209만7000톤으로 26.3% 줄어들게 됐다. 다만 이미 선재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상황으로 생산이 줄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지난 7월에도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을 가동을 중단했는데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공장 폐쇄 결정을 내렸다. 제1공장도 50년이 넘게 9500만 톤이 넘는 조강을 생산했지만 설비 노후화로 인해 셧다운에 들어갔다.
현대제철도 포항 2공장 폐쇄를 추진한다. 이 공장은 제강과 압연 공정이 이뤄지고 있는데 각각 연간 100만 톤, 7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현대제철 생산량의 약 3%에 해당한다.
현대제철은 포항 2공장이 1년 넘게 가동률이 떨어지자 폐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수요 감소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한 달에 3∼4일만 가동되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공장 폐쇄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은 수요 감소와 함께 중국산 수입재 유입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산 수입재는 국내산보다 낮은 가격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시장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인한 철강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3분기까지 국내로 들어온 중국산 수입재는 674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올해 내내 철강 수요가 부진이 이어졌지만 수입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폐쇄하더라도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 아래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폐쇄 결정을 내린 공장들은 설비 노후화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었고, 장기적인 보수 비용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긴축경영 예상…매각 작업도 지속
내년에도 철강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만큼 철강업체들의 공장 폐쇄나 매각 움직임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 1월 트럼프 2기 정권 출범도 변수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국내 철강업체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기 정권 때에도 트럼프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수입 철강재에 대해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협상을 통해 관세를 피했지만 대신 쿼터를 적용받으면서 일정 물량 이상은 수출하지 못하는 상태다. 트럼프 2기 때에도 철강 관세 부과와 쿼터 물량 축소 등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도 포스코는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을 추진 중이다. 장가항포항불수강은 중국 내에서 공급 과잉에 시달리면서 올해 3분기 누적적자 75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돼 있다.
이에 포스코는 최근 자문사 선정을 완료했으며, 매각 작업이 한창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직접 저수익 사업 및 비핵심 자산에 대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장가항포항불수강 외에도 매각은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중국 충칭법인을 매각한 데 이어 올해 베이징 법인을 매각했는데 남아있는 중국 법인에 대해서도 매각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태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수요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 긴축경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2기 출범 변수도 있어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