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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상법 개정 반대 한 목소리…“기업 규제 선 넘었다”

2024-11-21 14:08 |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재계가 상법 개정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발의한 데 이어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소송 남발·경영 위축 등 우려를 꾸준히 전달해 통과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례적으로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주요 그룹 사장들이 모여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1차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주당, 상법 개정안 발의…재계 “해외 자본의 공격 우려”

21일 재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총주주의 이익 보호 의무까지 추가되면서 기존에 논의됐던 개정안보다 더 강화된 법안이라는 평가다. 

이외에도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와 함께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전자주주총회 방식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기존 상법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는 인식이 있어 외국자본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을 막고, 주식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상법 개정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경영구조의 문제, 지배권 남용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할 확실한 방법이 바로 이사 충실 의무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실제적인 주인인 주주에게 이익이 되도록 행동할 의무가 있다. 책임지고 통과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재계 반발 움직임은 확산되고 있다. 

재계 내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소송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로 인해 주주들은 이사에 대해 직접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또 배임 등 고발이 늘어날 수 있어 기업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는 위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사들은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나 인수합병에 대해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고,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경영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의 경영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을 시작으로 상법 개정안까지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이 지속 나오면서 규제가 도를 넘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기업 사장단이 2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상법 개정안 반대 위해 주요 그룹 사장단도 뭉쳐

재계는 상법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단체 행동에도 나섰다. 

지난 14일에는 경제 8단체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통상 그동안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견기업연합회 경제 6단체가 목소리는 내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까지 나선 것은 드물다. 

21일에는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주요 그룹 사장단이 모여 상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주요 그룹 사장단이 함께 모여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은 이례적 일로, 그만큼 상법 개정안을 재계 내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날 긴급 성명에는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차동석 LG화학 사장, 이동우 롯데 부회장,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류근찬 HD현대 전무, 홍순기 GS 사장, 허민회 CJ 사장, 문홍성 두산 사장, 김규영 효성 부회장,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 엄태웅 삼양홀딩스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통해 “최근 들어 16개 그룹 사장단이 같이 공종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었다”며 “그만큼 중대한 이슈이며,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에 에대한 우려가 심각해 공동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경제 단체들이 국회에 목소리를 내고, 기업들도 의견을 전달했지만 전달력이나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내주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또는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해 저희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정비는 필요하지만 상법 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김 상근부회장은 “기업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소수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는 필요하다”면서도 “상법 개정은 기업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자본시장법 개정 등 다른 방식의 접근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 등 각종 규제 입법보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법안과 예산에 더욱 힘써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재계 내에서는 이런 의견 전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면 결국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재계 내에서 지속적으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겠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의석수를 바탕으로 개정을 진행한다면 막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법안이 통과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라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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