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안정 속 쇄신을 택하면서 내년에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는 'ABC(AI·바이오·클린테크) 사업'에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핵심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 유임하는 한편 조직을 재편해 사업의 연속성과 가속화를 위한 불씨를 당겼다.
구광모 LG 대표(왼쪽)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로봇 개발 스타트업 '피규어 AI(Figure AI)'에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 제공
22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의 ABC 사업을 주도하는 권봉석 LG 부회장을 비롯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사장으로 승진한 현신균 LG CNS 대표와 김영락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을 제외한 경영진 대부분이 유임한 것이다. 신사업의 키를 쥔 이들에게 사업의 연속성을 고려해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ABC 분야 사업 역량 확보를 위한 신규 인사도 단행했다. LG그룹은 전체 신규 임원의 23%인 28명을 ABC 분야에서 뽑았다. 이문태 LG AI연구원 수석연구위원과 이진식 수석연구위원, 조현철 LG유플러스 상무 등 AI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 연구 역량을 갖춘 1980년대생 3명을 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구 회장 취임 당시 LG그룹 부회장단이 6인이었다는 이유에서 올해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 것으로 관측했으나, 승진자는 없었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인사에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퇴임하면서, 부회장단이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2인 체제로 자리잡게 됐다. 권 부회장과 신 부회장이 유임하면서 내년에도 취임 8년차를 맞는 구 회장을 보좌하게 된다.
◆핵심 계열사 재정비...미래 신사업 중장기 성장에 방점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지난 8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전자 인베스터 포럼(Investor Forum)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 전략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사진=LG전자 제공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조주완 LG전자 사장 체제로 이어간다. 이와 함께 기업간거래(B2B) 핵심인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중심으로 한 ES(Eco Solution)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냉난방공조(HVAC) 사업과 전기차 충전기 사업 등을 ES 사업부에서 집중적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구광모표 ABC 사업 중 C에 해당하는 클린테크 분야에서의 기업간거래(B2B)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성과에 따른 인사 발탁이 이뤄졌다.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역량을 제고해 사업 성과를 거둔 최현철 LG디스플레이 전무(SC 사업부장)가 부사장 자리에 앉았다. 송상호 LG디스플레이 최고인사책임자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와 함께 내년에는 불확실한 시장 속 성장을 견인할 동력 발굴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도 회사 성장에 기여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고대호 광학솔루션 CM생산담당이 전무로 승진했다. 고 신임 전무는 인공지능(AI) 기반 공정 혁신을 통해 광학솔루션 사업의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애플이 아이폰 부품 공급망을 확대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만큼 차별화한 경쟁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LG이노텍은 고부가 반도체 기판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등을 육성해 사업 구조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차량 통신, 조명, 센싱 등 핵심 부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내년에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꼽는 '전지 소재·친환경 소재·신약'의 사업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둘 계획이다. LG화학은 구 회장이 각별하게 여기는 ABC 사업 중 B에 해당하는 바이오 사업을 주로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다. 신학철 부회장이 내년에도 유임하는 만큼 중장기적 성과를 염두에 두고 안정적이면서도 지속적인 발전을 목표로 조직을 이끌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LG유플러스는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장이 LG유플러스 신임 사장에 올랐다. 4년만의 수장 교체다. 홍 신임 사장을 선임하고 ABC 사업 중 A에 해당하는 AI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홍 신임 사장은 통신과 미디어, 테크놀로지 등 IT분야에 정통한 인재로 알려졌다. 최근 LG유플러스는 본업인 통신과 함께 AI를 기반으로 하는 신사업 확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 CNS에선 디지털전환(DX) 역량 강화를 인정받은 현신균 LG CNS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 신임 사장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는 LG디스플레이에 몸 담으며 업무혁신 그룹장을 맡았던 이력이 있는 만큼 경영 환경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