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추도식에 ‘야스쿠니 참배’ 인사 참석…외교부 ‘브리핑 취소’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외교부가 22일 기자단 대상으로 사도광산 추도식 관련 백브리핑을 예고했다가 시작 시간을 불과 5분 앞두고 취소했다. 추도식과 관련해 한일 간 진행된 협상 내용을 브리핑할 예정이었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상황에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게 됐다”는 말만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일본 외무성은 오는 24일 사도시에서 열리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이 중앙정부 대표로 참석한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외교부의 브리핑이 돌연 취소된 배경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정부는 추도식에 일본 중앙정부 관계자의 참석을 요구해왔으며, 행사 개최가 임박한 시점에 우리의 차관급인 외무성 정무관으로 결정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쿠이나 정무관이 일본의 패전일인 2022년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인물이란 점이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신사를 참배한 인물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일본 걸그룹 '오냥코 클럽' 출신 아이돌이자 배우 출신으로, 2022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초선의원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2기 내각에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외무성 정무관으로 발탁됐다.

더구나 이번 추도식에는 한국에서 유족 11명이 참석하기로 예정돼있다. 이들의 경비를 일본측 대신 외교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측이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상황이다. 여기에 이쿠이나 정무관의 추도식 참석으로 인해 과연 일본측이 추도식을 통해 피해 노동자를 ‘애도’할 의도가 있는지 의심을 받게 됐다.

이번 추도식의 명칭이 ‘사도광산 추모식’으로 정해지면서 피해 노동자에 대한 애도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와 있다. 여기에 일본정부가 추도식 명칭에 ‘감사’를 넣으려고 했던 사실도 알려져 논란이 됐다. 또 니가타현의 하나즈미 히데요 지사가 추도식과 관련해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까지 키워온 모든 분들의 노력을 표현하고 싶은 자리”라고 말해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처럼 일본의 진정성에 대한 의혹이 더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일각에선 일본이 정부대표를 교체하지 않을 경우 추도식 참석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11명의 유족들이 일본까지 가서 추도식을 통해 위로를 받기는커녕 모멸만 느끼고 돌아온다면 더 큰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단 추도식은 일본의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라는 민간단체의 주최로 24일 오후 1시 일본 사도섬 서쪽에 있는 니가타현 사도시 시민문화회관인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우리측에선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가 정부대표로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