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당합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25일 열린 가운데, 검찰이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검찰은 이날 열린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 같이 구형했다. 그 이유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합병 당시 주주 반발로 합병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합병 찬성이 곧 국익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을 기망했다”고 말했다.
이번 항소심의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에서 나온 서버 하드디스크의 증거 능력 여부다. 검찰은 이번 항소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일부 혐의를 인정한 서울행정법원의 행정소송 1심 판결을 반영해 분식회계 혐의 부분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등 이 유죄 입증에 주력해왔다.
앞서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취소 청구 소송에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과정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러한 판결이 이번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2월법원의 1심 판결에서는 검찰이 2019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서버가 위법하게 수집했다고 판단해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 기일은 통상적으로 변론 종결 절차를 거친 뒤 약 2달 전후로 정해진다. 재판부는 당초 1월 27일을 선고기일로 예정했으나, 설 연휴를 피해 일정을 재차 조정하기로 하면서 2월에 판결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2월 법관 인사 전 선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재판 결과는 이 회장의 경영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심과 같이 무죄 선고를 받을 시 '뉴삼성' 만들기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반도체(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위기설에 휩싸인 만큼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의 부진 요인으로 DS부문이 지목되면서 이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9년째 이어지는 사법리스크로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만약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이 회장의 경영 행보에 걸린 제동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상고심까지 고려한다면 사법리스크가 2~3년 더 이어지기 때문이다. 재계는 삼성 위기설이 거론되는 만큼 사법 리스크를 하루라도 빨리 털고 미래 대비를 위한 경영 전략을 이어가야한다고 입모아 말한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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