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방민준의 골프 탐험]78- 나만의 골프개성을 존중하라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중략)
Regrets, I've had a few
But then again, too few to mention
I did what I had to do
And saw it through without exemption
I planned each charted course
Each careful step along the byway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
후회, 하기야 했었지
그러나 말할 거리가 있을 만큼은 아니었어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그리고 놓치지 않고 지켜보았지
나는 어디로 가야 할 지 계획을 세웠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그 길을 걸어 왔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내 방식대로 해왔다는 거야 -
1998년 타계하기까지 반세기 동안 미국을 대표하는 연예인으로 사랑받아 온 가수 겸 배우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 ‘마이 웨이(My Way)’ 가사의 일부다.
미남도 아니고 악보도 제대로 읽을 줄 모를 만큼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프랭크 시나트라가 연예계에 투신, 역경을 딛고 미국의 거물 엔터테이너로 우뚝 선 인생역정을 노래한 ‘마이 웨이’는 골퍼가 유념해야 할 귀중한 교훈을 담고 있다.
그것은 프랭크 시나트라가 ‘내 방식대로의 삶’을 살았듯 골퍼라면 예외 없이 ‘자기류(流)의 골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골퍼가 타이거 우즈나 어니 엘스 같은 스윙을 가질 수는 없다. 신체조건, 연습방법, 연습량, 골프에 대한 열정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모든 골퍼가 타이거 우즈나 어니 엘스 같은 스윙을 가질 수는 없다. 신체조건, 연습방법, 연습량, 골프에 대한 열정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골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이미 자기 것으로 굳어진 자기만의 골프감각과 리듬으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삽화=방민준
인간으로 태어나면 그 순간 자기만의 개성을 갖게 되듯 골프채를 잡으면 역시 그만의 스윙자세, 골프관을 갖게 된다. 자기 나름의 ‘골프개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처음 골프를 배울 때 훌륭한 프로골퍼를 모델로 삼아 이상적인 스윙을 배우려 애쓰지만 결코 모델과 같아질 수는 없다.
동반자 중에 멋진 스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 스윙을 버리고 그 스윙을 흉내 내려다 그날의 게임을 망치는 골퍼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팀에 장타자가 끼어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장타를 날리려다 스코어를 망치는 골퍼도 많다.
골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이미 자기 것으로 굳어진 자기만의 골프감각과 리듬으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나이 40을 넘어섰다면 이제 자기류의 골프를 굳히고 자기 페이스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슬람 우화의 주인공 물라 나스루딘의 일화들을 모은 「삶의 사막을 가볍게 건너는 어떤 바보의 별난 지혜」(아드리스 샤흐 지음)에 실린 일화 한 토막.
“물라! 자네 당나귀가 없어졌네.”
“천만다행일세! 그때 내가 당나귀를 타고 있지 않아서. 그때 내가 당나귀를 타고 있었다면 나도 같이 없어질 뻔 했잖아?”
이 짧은 일화는 어떤 경우에도 자기 자신을 잃지 말 것을 가르친다. 나 자신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내 꿈은 내가 꾼다. 내 골프는 남이 아닌 내가 한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