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한일 간 합의한 첫 추도식이 24일 열렸지만 한국측이 불참하고 별도의 추모행사를 여는 파행을 겪은 이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본과 협의에서 우리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도식 불참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이번 사안은 지난 7월에 끝난 협상을 통해 일본이 한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며 “앞으로 정부는 이 문제를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합의 이행에 관한 문제로 계속 제기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위원회 등재 결정 직후 일본대표는 “한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 이들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현지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장관은 “일본대표의 이 발언은 수개월에 걸친 한일 간 협상의 결과로서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 문서에도 포함돼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장관은 "정부는 내년부터는 일본이 진정성 있는 추도식을 개최할 수 있도록 지속 촉구해나가겠다"면서 "아울러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관련 일본의 후속조치에 관한 경과보고서가 내년에 유엔에 제출되도록 되어 있다. 정부는 세계유산위원국으로서 유네스코 틀 내에서 일본이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 이행 여부를 계속 점검하고, 성실한 이행을 촉구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장관은 이탈리아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을 만나 추도식 불참 이유를 설명하면서 “유감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금 한일 양국 앞에 우크라이나전쟁과 관련한 러북 군사협력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험 및 도발 등 지정학적 복합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여야 의원 가리지 않고 이번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과 관련해 일본과 합의 실패를 부른 근본 원인을 따져묻는 질의를 이어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4.11.28./사진=연합뉴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추도식 불참 결정은 잘했다고 본다”면서 그런 결정을 한 이유를 물었다. 권 의원이 ‘한국인 노동자에 대해 일본의 전시정책에 따라 일본에 온 노동자라고 표현했기 때문인지‘를 묻자 조 장관이 시인했다.
이에 권 의원은 “(해당 발언은 강제 동원된 한국인 노동자를) 일본을 위해 목숨바친 일본의 호국영령으로 보는 것으로, 두 번의 참사라고 본다”고 개탄했다.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은 외통위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주로 외교부에 대한 힐난이 나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문제는 국제적인 이슈화로 일본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이번 협상에 외교부 2차관이 직접 나서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외교협상이란 것이 누가 하냐에 따라서 느껴지는 중요도가 다르지 않나. 차관이 한 번도 사도광산 유적지를 방문하지 않았고, 일본 외무성 인사와 만난 사실이 없으니까 일본측에서 이 정도면 한국도 만족하겠구나라고 한 거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일본정부는 한국인 강제동원과 관련된 근대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2015년 군함도와 2024년 사도광산 두 번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유산을 등재하려고 할 때 공식적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조 장관이 고개를 끄덕하면서 “네”라고 답했다. 한 의원은 또 “일본의 약속이 물리적으로 지켜지는 것을 보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조 장관은 또다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선 민주당 의원은 “이번 추도식은 예견된 참사였다. 조 장관은 지난 국감에서 사도광산 합의와 관련해 2015년 군함도 합의 내용이 자동 승계됐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것(착각한 것)이 우리정부의 근본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 일본정부가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사업을 이어갈 때 이번 파행을 교훈삼아서 확실히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고, 조 장관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