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그룹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뉴진스는 어도어의 소통창구가 막혀 있다고 지적했으나, 어도어는 뉴진스가 대화를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뉴진스는 29일 어도어 측으로부터 받은 내용증명 회신 26쪽 분량을 전체 공개했다.
뉴진스는 전날 서울 강남 모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어도어에 내용증명을 보내 매니지먼트 문제 등에 대한 시정요구를 했으나 조치가 미흡했다고 전속계약 해지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8일 서울 모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뉴진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26쪽 분량 회신…어도어는 "오해 풀자"
공개된 어도어의 내용증명 회신에 따르면 뉴진스는 2022년 4월 21일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일은 데뷔일로부터 7년이 되는 날인 2029년 7월 31일까지 존속된다.
어도어는 내년에도 뉴진스의 다양한 활동 계획을 추진 중이며 뉴진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반영하고자 함께 논의하고 싶으나 멤버들이 소통의 기회를 주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어도어는 또 "뉴진스가 전속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상당수의 사안들은 어도어가 아닌 제3자의 언행이 문제된 것들"이라면서 "법률적으로만 본다면 어도어가 전속계약 해지를 당할 정도의 위반을 했는지, 이번 시정 요구가 뉴진스의 주장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전제로 한 시정요구'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어도어는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주장에 맞서면서도, 멤버들과 소통하길 원한다는 의견을 재차 알렸다.
어도어는 내용증명 회신 말미에 "이 내용증명으로 아티스트의 오해가 풀리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아티스트가 이번에 요구한 사항들에 대해 그 동안 저희가 대외적으로 침묵하거나 최대한 자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대화를 공론화 하기보다는 별도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아티스트 이미지 및 평판 관리나 이익에도 적합하다고 믿고 있다"며 "따라서 저희가 여러 차례 요청드린대로 어도어 및 그 임직원들과 직접 대면해 오해가 있는 부분이나 입장이 다른 부분에 대해 충분히 협의, 소통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28일 서울 모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뉴진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어도어 측 회신, 어떤 내용 담겼나
어도어 측의 내용증명 회신에는 ▲ 하이브가 "뉴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결정을 한 데 대해 뉴진스의 매니지먼트사로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달라는 요청에 관해 ▲ 하니에게 '무시해'라고 한 타 레이블 매니저에 대해 어도어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문제를 방치했다는 주장에 관해 ▲ 하이브 PR 구성원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어도어의 조치를 촉구하는 요청에 관해 ▲ 뉴진스가 연습생이던 시절의 사진, 동영상 등이 매체를 통해 무단 공개되고 삭제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해 ▲ 하이브의 '밀어내기'에 의한 뉴진스의 피해를 해결하라는 요청에 관해 ▲ 돌고래 유괴단 신우석 감독과의 분쟁과 이로 인한 기존 작업물이 사라지는 문제에 관해 ▲ 뉴진스의 색깔을 지키고 뉴진스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청에 관해 ▲ 민희진 전 이사를 대표이사로 복귀시켜 달라는 요청에 관해 등 뉴진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 담겼다.
이 가운데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의 매니저가 하니에게 '무시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어도어는 "법무법인에 빌리프랩의 입장문으로 인한 명예훼손 성립 가능성에 관한 검토를 의뢰했으나 이미 부모님들께 설명드린 대로 명예훼손으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부 법무법인에 하니가 말한 구간의 CCTV 영상이 보관돼 있지 않은 점에 관해 증거인멸죄 기타 형사상 범죄 성립 가능성 및 관련자들을 징계할 수 있는지 추가 검토를 의뢰했으나 증거인멸죄가 개념적으로 성립될 수 없으며 기타 방법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이브의 '밀어내기'에 의한 뉴진스의 피해 해결 요청에는 "아티스트가 지칭한 '밀어내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인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4월께 문제를 제기한 행위라면 어도어는 당시 하이브로부터 음반 밀어내기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 받았다"고 답변했다. 또 "하이브의 노력과 별개로 우리(어도어) 역시 아티스트의 성과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29일 오전 뉴진스 측이 공개한 어도어의 내용증명 회신. /사진=뉴진스 제공
▲ 뉴진스 "내용증명 회신 읽고 심각하다 느껴"
앞서 뉴진스는 지난 13일 어도어에 내용증명을 보냈고, 14일 안에 시정조치 하지 않으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기한인 14일은 전날까지였다.
뉴진스는 전날 개최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어도어가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속계약을 해지하며, 모든 책임은 어도어와 하이브에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뉴진스가 위약금을 낼 이유가 없고,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뉴진스는 어도어로부터 받은 내용증명 회신에 강한 불만을 보였다. 민지는 "(내용증명 회신) 메일을 읽고 심각하다 느꼈다. 주 내용은 (우리가) '14일 안에 행동을 해달라' 한 것에 대해 '14일이란 시간은 부족했다', '멤버들과 면담 없이 이런 일이 진행돼 슬프다', '어도어가 한 행동이 아니라 조치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었다'였다"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대화를 요구했으나 소속사가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어도어 측은 뉴진스의 기자회견 이후 공식입장을 내고 "전속계약 당사자인 어도어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한다고해서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 어도어와 뉴진스 멤버들 간에 체결된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뉴진스에게) 수차례 만남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만나서 진솔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9일 오전 뉴진스 측이 공개한 어도어의 내용증명 회신. /사진=뉴진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