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계가 중국의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수익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불황이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면서 유동성 확보가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에 석유화학업체들은 일부 사업이나 해외 법인 등을 매각하고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유동성 확보 움직임은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사진=롯데케미칼 제공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누적 적자 660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447억 원의 영업손실을 뛰어넘었으며, 올해 4분기 실적까지 더해지면 적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2년부터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면서 2조450억 원의 회사채가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에 빠졌다.
기한이익상실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일 전에 조기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롯데케미칼은 계약상 재무비율 중 3개년 누적 이자보상비율(EBITDA/Interest Expense)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유동설 위기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보유예금 2조 원과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 원 상당을 확보해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설이 잠잠해지지 않자 6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해외 법인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10월에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 회사인 LUSR을 청산했으며, 향후에는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지분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앞으로는 과도한 투자도 지앙할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투자 한도를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호황일 때 투자를 늘려왔는데 갑자기 사황이 악화되면서 어려움이 커졌다”며 “투자가 이번 위기를 불러온 만큼 앞으로는 투자 규모도 제한하면서까지 사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효성화학 역시 사업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효성화학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9779%, 유동부채는 2조8182억 원에 달했다. 게다가 올해 3분기 누적 적자 1117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특수가스 사업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IMM프라이빗에쿼티·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매각이 무산됐고, 현재는 효성티앤씨가 경영권을 인수할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 8월에 7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수혈한 상태다.
한화솔루션 역시 올해 3분기까지 403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금 창출이 어려워진 가운데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가 회사채 발행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를 통해 단기적인 자금 조달은 마친 상태지만 아직 미국 태양광 관련 투자와 석유화학 증설 투자가 남아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석유화학업계 내에서는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앞으로도 수익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반대로 이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여전히 남아있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현금 창출이 어려워졌는데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도 상당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유동성 확보가 석유화학업체들에게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