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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가현, 어둠만 보는 그대들에게

2024-12-02 12:00 | 이동건 기자 | ldg@mediapen.com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강인함과 유려함이 공존한다. 그녀의 마음에는 타오르는 열정의 모험가도, 사랑스러운 장난꾸러기도 함께 산다.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국민 악녀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장가현의 이야기다.

"제가 평소에는 굉장히 다운돼 있는 사람이거든요. 말수도 적은 편이고 친구도 많이 없는 편인데… 연기를 하고 다른 사람으로 살면서 안에 쌓인 걸 다 해소하는 것 같아요. 소리 지르고, 화도 내고, 크게 웃기도 하고."

최근 MBN 다큐프로그램 '특종세상'에서 비친 장가현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데뷔 28년 차 베테랑 연기자임에도 연기 학원에 들러, 모든 것을 쏟아내는 모습이 풍부한 연기 열정을 엿보게 했다. 장가현에게 연기란 내면의 응어리를 해소하고, 치유하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진=MBN '특종세상' 방송 캡처



"원래 미술을 했었어요. 패션디자인과에 가고 싶었는데 공부를 못했죠. 패션디자인과는 서울대, 홍대를 나오고 이탈리아 유학까지 갔다 와서 대기업에 가야 얼마 이상 받을 수 있다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 대학 가기 너무 싫더라고요.(웃음) 대학 안 가겠다고 엄포했더니 집에서 연예인을 하라고. 등 떠밀려서 연기 학원에 등록했고, 그렇게 시작했어요."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뜻밖에도 가족에게 등떠밀려서였다고 한다. 장가현은 독립영화 '하우등'(1999)의 주인공으로 스크린 신고식을 했고, '조용한 가족'(1998)으로 상업영화 데뷔를 했다. 이후 단역과 주·조연 등 역할의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고 소처럼 묵묵히 걸었다. 그런데 본인은 이 시기를 두고 "열정이 없었다"고 표현한다. 뜻밖의 연속이다.


배우 장가현이 미디어펜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본인 제공



"예술계는 본인의 열정이 80% 이상 차지한다고 보거든요. 그 타오르는 의지로 덤벼들어야 하는데, 열정이란 게 없어서 열심히 안 했던 것 같아요. 그 연장선상으로 한참 쉬다가 '사랑과 전쟁'으로 연기를 재개했을 때 창피했어요. 재연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연기자들이 좋아하진 않거든요. 그래서 당시 최선을 다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두고두고 회자될 작품이었으면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웃음) 꾸짖어야 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장가현의 이력은 화려함과 동시에 갖은 풍파를 머금고 있다. 단역부터 시작해 고정 역할을 맡기까지 부단히 애쓴 장가현. '추노', '시크릿 가든', '최고의 사랑', '신사의 품격', '못난이 주의보', '여왕의 교실', '청담동 스캔들', '돌아와요 아저씨', '킬힐', '태풍의 신부' 등 30편이 넘는 드라마에 얼굴을 비쳤다. 

이처럼 장가현이 단단해지는 데는 꼬박 28년의 세월이 있었다. 하지만 방송계와 대중은 그녀의 어두운 개인사에만 몰두한다. 조성민과 이혼 후 일상을 포착한 '우리 이혼했어요2' 출연 후 이런 경향이 짙어졌다.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방송은 그만하고 싶어요. 시청자분들께서도 피로감을 느끼시고요. 같은 처지에서 위로받았다는 분들도 계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훨씬 많은데, 악플은 어쩔 수 없이 달리기 마련이니까. 그런 분들은 조금 피곤한가 봐요."


배우 장가현이 미디어펜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본인 제공



개인의 정체성에 불행의 그림자만을 드리운 것도 억울한데, 무분별한 악성 루머까지 확산되며 골머리를 앓았다. 결국 허위 사실 유포 관련 소송까지 결심한 장가현. 이어진 '혐의 없음' 불송치 결정에 이의 신청을 했고, 최근 보완 수사 요구가 결정됐다. 소속사가 없는 아티스트로서 변호사 선임 비용까지, 심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사실 전 유쾌하고 밝은 사람인데, 방송에서는 어두운 면만 보여줬어요. 자극적인 사연 위주의 섭외가 주로 들어오는데, 쾌활하고 엉뚱한 제 모습도 보여드렸으면 좋겠어요. 건강 프로그램은 꾸준히 출연하고 있는데, 시청자분들께서는 활동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래서 고민이에요. 연기 활동을 어떻게 다시 복귀할지가 숙제에요."


배우 장가현이 미디어펜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본인 제공



수더분하고 솔직담백한 입담, 티 없는 아이처럼 웃는 해맑음은 많은 이들이 매료될 아름다움이다. 끊임없이 캐릭터를 변주해온 만큼 장가현의 얼굴에는 수십 수백의 새 표정이 나타나곤 한다. 인터뷰에 임하는 내내 그랬다. 장가현은 새해를 맞으며 더욱 밝고 바쁜 2025년을 꿈꾼다.

"2025년에는 무슨 수가 있어도 드라마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가 그걸 내 능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숙제가 있구요. 2024년은 강아지도 떠나보내고 종양 수술도 했는데, 악재가 쌓이는 것처럼 힘든 시기를 지나왔어요. 더이상 사고 없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배우 장가현이 미디어펜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본인 제공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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