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분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작적 계엄선포가 대한민국을 강타했지만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실행여부와 상관없이 역사 앞에서 실패한 친위쿠데타의 의미는 중대하다. 법적 요건도, 실행준비도 부실한 즉흥적 계엄선포가 대한민국 헌정사에 오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계엄 포고령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엄사령부는 집회·시위와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출판을 통제하겠다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우리 헌법이 명시한 민주적 가치를 훼손했으며 무엇보다 계엄 중에도 유일한 감시장치로 명시된 국회의 기능을 부정함으로써 정당성을 상실했다.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은 국회를 봉쇄하기 보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민주당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대표실 유리창이 깨지고 일부 당직자들이 부상을 입었다.
이는 국회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정치적 노림수로 평가돼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계엄 포고령의 의미마저 부정했다. 그저 지지율 10%대인 대통령의 발작적 자위행동으로 평가된다.
준비도 부실했다. 군서열 1위인 합참의장을 제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면서도 육참총장과 긴밀한 협의 부족이 노출됐다. 이 계엄 선포 D-day에 육참총장은 대전 계룡대에서 외국 군수뇌들과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고 하니 계엄 선포라는 막중한 국정이 그야말로 즉흥적이었다는 참담함을 방증한다.
5·18, 12·12 의 군사반란을 이겨낸지 오래고 이제는 낙후되고 비루한 정치체제를 극복한 모범으로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을 필두로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와 동조화되고 K-한류는 지구촌 문화를 리딩한다.
국수적 의미의 선진국이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으로서 위상을 확인하는 즈음 계엄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이다.
이제 계엄이라는 헌정 파괴 주도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건 더욱 당연하다. 탄핵과 하야가 공론화되고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 언론들이 입으로 모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몹시 당연하다.
세계는 복잡계에 속한다고 하나 트럼프의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우리나라 경제는 불안하고 불편하다. 우크라이나로 날아간 북한군 소식과 러시아의 북한 지원은 위기감을 차올린다. 이런 시기에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자기 파괴적 행위에 몸서리가 쳐진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열망하고 성장시켜 온 민주주의는 온전히 대한민국에 착근했다. 이 정도 충격에 대한민국은 흔들리지 않는다. 증권시장을 비롯한 대한민국 시스템이 모두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입증된다.
언제나 민주주의를 살려내는 시민은 위대했다. 계엄 소식에 생업을 뒤로 하고 온몸으로 국회를 사수한 후 담담한 표정으로 생업에 복귀하는 시민들의 얼굴에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
2024년, 다시 민주주의의 희망을 찾는다.
미디어펜= 김진호 부사장 겸 주필
[미디어펜=김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