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상계엄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고심이 깊어진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데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등 국내외 혼란이 가중되면서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제공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그룹, SK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에 대비하기 위해 이날 오전부터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 계엄은 해제됐지만, 향후 전개될 불안정한 금융시장 상황과 이에 따른 대응책 마련을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G는 이날 오전 계열사별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금융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해외 고객 대응 등을 점검 중이다. 서울 여의도에 트윈타워 사옥이 있는 만큼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하기도 했다.
SK그룹도 이날 오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주요 경영진 회의를 개최했다.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전날 오후 10시 30분께 비상 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은 1446.5원까지 뛰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5일 기록한 1488.0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비상 계엄 해제 이후 환율은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그 여파는 적잖은 분위기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산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도 고조된다.
기업 입장에서 환율이 불안정하게 출렁이는 등 예측 불가능한 경영 환경일 수록 소극적 투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대미 투자를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의 타격도 예상된다.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일대에 반도체 공장 착공에 돌입했으며, 같은 달 SK하이닉스는 미국 첫 반도체 패키지 공장 부지로 인디애나주를 선정한 바 있다.
환율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반도체 기업들의 달러 결제에 따른 일시적 수익 개선 효과는 누리겠지만 결국 핵심 원자재 구매 비용 증가로 실질적 이익 개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안정한 국내 정세뿐만 아니다.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제한과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역시 기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날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는 중국 반도체 기업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반도체 추가 통제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2기 정부 들어서 지원 혜택을 축소하고 고관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유력하게 나오면서 기업들은 고관세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가 일단락 됐지만 향후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사태가 긴박한 만큼 시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당직자와 시민들이 국회 본청 안으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오후 10시 30분께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가 이날 오전 4시 27분쯤 해제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의장실은 "계엄해제 결의안 가결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라고 밝혔다.
헌법 제77조 5항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환율은 1446원까지 급등했으며,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의 주가도 출렁였다. MSCI South Korea ETF는 장중 7% 급락하기도 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