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3일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경고 발언을 내놓았다. 사실상 미국측의 ‘외교 패싱’이 나온 상황에서 여러 나라에서 한국에 대해 여행 주의보를 내렸다.
6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계엄 이후 첫 전화통화를 가졌지만, 당분간 정상을 포함해 정부 고위급의 외교채널은 멈춘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계엄 선포 당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윤 대통령이 형편없는 오판(badly misjudged)을 했다. 매우 문제가 많다”면서 “한국 국민은 (계엄이) 심각하게 불법적인 과정이었다고 분명히 지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어떤 식으로도 통보받지 않았다. 우리도 계엄 선포를 텔레비전 발표로 알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준비하면서 미 행정부에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조만간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국을 방한하기로 한 계획을 6일 취소했다. 여기에 미 국방부는 한미가 4~5일 워싱턴에서 열기로 한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및 제1차 핵협의그룹 도상연습(TTX)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곧 임기를 마칠 바이든 정부가 한미 또 한미일 간 쌓아온 외교성과를 마무리 짓는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발언 및 결정이 나온 것을 볼 때 윤석열정부에 대한 신뢰관계에 금이 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대통령실이 아닌 우원식 국회의장과 소통한 점이 주목된다. 계엄 사태 이후 주한 미국대사관은 5일 오전까지 이틀에 걸쳐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하 바 있다.
한미 관계를 시작으로 한일 관계에도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내년 1월 초 방한설이 돌았지만 방한이 어려워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는 이달 중순 서울에서 윤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방한 일정을 취소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IP4) 정상회동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2024.7.12./사진=대통령실
여기에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외교·국방장관과 함께 5~7일 방한해 윤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연기했다. 5일로 예정됐던 한-카자흐스탄 국방장관 회담도 카자흐스탄 장관이 방한하지 않기로 해서 취소됐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내린 당일 한국을 방문 중이던 키르기즈공화국 대통령 일행은 4일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한 일도 있다.
이와 함께 세계 각국이 한국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주의 및 경고를 발령하고 있다.
뉴질랜드 외교부는 한국여행 권고 관련 수준을 ‘더욱 주의 기울이기’로 한 단계 높였고, 미 국무부는 한국여행 권고 페이지에 주한 미대사관의 경보(Alert) 메시지 링크를 달았다. 영국과 프랑스도 국가별 여행 권고 사항 중 한국 페이지에 계엄을 언급하며 경고 및 주의를 당부하는 문구를 게재했다.
외교부는 5일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문자공지를 통해 “정부는 계엄령 발표 직후부터 한미 간 각급에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미측은 국무부 장관 성명 등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와 굳건한 한미동맹을 지지하며 한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또 “이는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한미동맹이 흔들림 없이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어제(4일) 모든 주한 공관으로 외교공한을 보내 계엄령 해제 및 관련 사항을 공유했다”며 “민주 절차에 따라 비상계엄령이 해제됐으며, 공공안전·질서가 유지 중이라는 점, S&P 등 국제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이 유지되는 점 등을 소개했다. 북한 내 특이동향도 없이 안보 상황 또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단 점도 전파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현재 일상생활에 변화가 없으며 관광, 경제 활동 등에 대한 영향이 없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조정 등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것을 본국에 보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