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산되자 탄핵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야당과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는 여당 간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외교를 포함해 모든 직무에서 배제될 것이라며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정부 여당의 공동 국정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직무 중단은 헌법에 따라야 한다며 오직 탄핵 외엔 길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에서 친한계 의원들을 통해 이탈표를 막고 탄핵을 무산시킨 한동훈 당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치적인 해법을 제시한 반면, 조기 대선을 목표로 삼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우 의장과 함께 강경하게 탄핵을 밀어붙일 기세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를 무한 반복한다는 방침이다. 동일인에 대한 탄핵 소추 의결은 회기에 한 번밖에 안 되기 때문에 회기를 약 일주일 단위로 잘게 나눠서 ‘매주 수요일 탄핵안 발의, 토요일 표결’을 하기로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당대표와 국무총리 ‘투톱 체제’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일임받아 정국 안정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으므로,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판단이라 생각한다.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으로 대한민국과 국민들께 미칠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면서 “대통령 퇴진 전까지 국무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에 차질이 없도록 챙기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도 “굳건한 안보태세를 확립하고 대외 신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 비상경제 대응 체계를 강화해 금융, 외환시장의 위험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신속히 대응하겠다”면서 “국민께서 불안하시는 일 없도록 치안질서를 확립하고 각종 재난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주 1회 이상의 정례회동을 갖고 외교, 안보, 경제 등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7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 이름을 한명씩 호명하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4.12.7./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여파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즉각 ‘위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합법적으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하고 권한을 위임받기 위해 탄핵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즉 법적 근거와 절차 없이 대통령의 권한을 두 사람이 위임받는 것은 성립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회견에서 “그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권력은 대통령 주머니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권한의 이양 역시 대통령 임의로 정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또한 이날 국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무슨 근거로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가 국정을 하겠다는 것인가. 윤 대통령의 배후 조종으로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총리가 국정을 맡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내란 공모 세력을 내세워 내란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얼굴 바꾼 2차 내란 행위라는 것을 분병히 밝힌다"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수습하고 정국을 안정화하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탄핵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계엄 선포로 정국을 한순간에 마비시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를 놓고 여야는 끝없는 충돌을 이어갈 기세다. 또다시 자당 출신의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없다는 국민의힘과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의 탄핵은 당연한 것인 만큼 정권교체의 유일한 기회로 삼고 있는 민주당에게 타협점은 요원해보인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 문제가) 정치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야당과 합의점을 찾아야 하고 이들을 설득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당이 주장하는)질서있는 퇴진이 되려면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과 대선에 대한 정확한 시점부터 정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선거 일자만 해도 여당은 최소 6개월 뒤에 하자고 할 것이고, 야당은 한두 달 안에 하자고 할 것이다. 따라서 여야가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