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은 7일 리버티홀에서 “파견근로 자유화 없이 노동개혁은 없다”라는 주제로, 파견근로 자유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개정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조합의 과도한 영향력에 기인한다. 민노총 한노총 등 160여만 명 노조원이 누리고 있는 영향력은 이천만 명 생산가능 인구에 비해 막대하다. 이런 비대칭적 기형 현상은 다른 나라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의 노동법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인 것이 파업 중 대체근로 금지와 같은 파견법 관련 사항이다. 그러나 지난 9월 13일 이루어진 노사정 합의에서는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노동시장 경직화의 가장 큰 원인인 동시에 개혁 대상 1순위로 꼽혔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합의 내용에서 누락되었다. 자유경제원은 이를 주된 문제의식으로 삼고 7일 토론회를 열었다. 아래 글은 패널로 나선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파견근로 노동부분은 국제기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편집자주] |
▲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
노융시장과 파견근로
1. 노융(勞融)시장의 발전
생산의 2대 요소는 자본과 노동이다. 자본과 관련해서는 그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개하는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이 있고 금융(金融)시장이 발달되어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 문제는 자본부문보다 노동부문에 더 심각하지만 노동중개기관(labor market intermediaries)은 발달되어 있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센터 등 공공 중개기관만 있을 뿐 민간 중개기관은 거의 없다. 노동을 자본과 유사하게 취급하여 노융(勞融)시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본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총칭하여 금융시장이라고 하듯이, 알선, 파견, 용역, 등 노동중개기관을 중심으로 노동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총칭하여 노융시장이라고 명명한다(그림 1). 이 시장이 발전하면 일하고자 하는 모든 국민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여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며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만 집착하는 것을 완화하여 노사관계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성장동력산업으로 아시아 등 외국에 진출하여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청년들에게 이 시장을 통해 많은 일자리가 제공될 것이고 이 시장 자체도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다.
노동중개업무에는 취업알선, 정보제공, 상담, 준비, 교육훈련, 헤드헌팅, 인력파견, 용역, 전직지원, 기업의 인사관리 대행 등이 포함된다. 미국에는 인사업무를 대행하는 professsional employer organization(PEO)가 700여개 존재하며, employee leasing(staff leasing) 회사, temporary help service 회사 등이 다수 존재한다. 노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활발한 참여가 필수적이다. 금융기관과 유사하게 노동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적절한 교육훈련, 정보, 상담, 취업알선, 취업 후 노사의 고충처리뿐만 아니라 직접 파견, 용역 근로자를 제공하는 종합적인 민간 인력회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간 노동중개기관의 설립과 운영이 가능하도록 법적・제도적 정비를 하고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 착취의 배제)의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 한다”라는 규정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 [그림 1] 금융시장과 노융시장의 비교. 출처: 김용민・박기성(2013, p. 225) |
2. 제조업무 등 파견근로 자유화
우리나라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은 32개 업무에 대해서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는 포지티브 방식(positive system)이다. 그 업무들은 주유원, 주차장 관리원 등과 같은 단순 업무들이 대부분이며 제조업무(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 기업의 본질은 관련 업무의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Coase 1937). 업무 수행을 위해, 정규직을 채용하든, 다른 기업에 도급을 주든, 도급받은 기업의 종업원이 이 기업에 들어와서 일을 하든(사내도급),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든,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채택하여야 기업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파견법에 근거하여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협력업체 근로자를 불법파견근로자로 판결하는 등 사내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판결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제조업체의 파견과 사내도급은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생산방식이다. 일본은 1999년에 파견 금지 업무만을 열거한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으로 파견법을 개정하였으며, 2003년에 다시 개정하여 제조업무에도 파견을 허용하였다. 이에 따라 파견근로자가 2003년 50만명에서 2013년 127만명으로 급증하였다(조영길 2015). 독일은 하르츠개혁의 일환으로 2003년 파견근로가 자유화되면서 파견근로자가 32만명에서 2013년 81만명으로 증가하였다(조영길 2015). 윤기설(2014)에 의하면 2009년 도요타자동차의 비정규직은 기간제근로자 9,200명, 파견근로자 9,000명으로 18,200명(전체 근로자의 27%)이다. 대부분의 기간제근로자와 일부의 파견근로자가 직접생산공정업무를 하고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 BMW 공장은 정규직 3,400명, 사내도급근로자 2,400명, 파견근로자 1,200명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파견근로자는 2014년 13만명 수준으로 파견법 제정 직전인 1997년 22만5천명 수준보다 오히려 감소하였다(조영길 2015). 일본과 독일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제조업무를 포함한 거의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고 일부 업무에만 파견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으로 파견법을 개정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파업 기간 중 대체근로가 인정되면 더욱 더 제조업무 등 파견근로 자유화가 필요하다. 김영문(2007)은 노사 간의 무기대등의 원칙에 입각해서, 근로자의 파업권이 보장되면 고용자의 대체인력 투입권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파업에 참여할 때 사업장내의 인력만을 대체인력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체근로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므로 영업의 자유나 직업의 자유 같은 기본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 일본 도요타와 독일 BMW 사례에 비추어 보면, 제조업무를 포함한 거의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고 일부에만 파견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파견법을 개정한다면, 우리나라에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사진=미디어펜 |
그는 고용자의 기본권과 근로자의 단체행동권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쟁의행위 기간 중에 파견근로자를 대체인력으로 사용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그러나 파업 기간 중에 대체인력을 구하는 것이 실제로 매우 어렵고,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조합원이 파업 종료 후 복직할 때 대체인력으로 파견근로자가 고용되었다면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고용이 해지되어 쉽게 노동조합원이 복직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개혁의 원칙인 임금과 생산성의 일치를 위해서는 모든 종류의 대체근로가 가능해야 한다. 그러므로 파견근로자를 대체인력으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
이상희(2015)에 의하면 미국과 일본에서는 파견근로자에 의한 대체근로가 인정되고 있으며, 영국 정부가 최근 발의한 노동개혁안에는 파견근로자에 의한 대체근로와 관련된 제한을 철폐하는 것(removal of current restrictions on using agency workers to cover for strikers: Middleton 2015)이 포함되어 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참고문헌 김영문. “노동법 체계의 선진화 방안ー매크로 노동법의 구축 방안.” 남성일 외 9인 공저, 한국의 노동 어떻게 할 것인가?, pp. 137-186. 서울: 서강대학교출판부, 2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