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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빨라진 '대선 시계'...한동훈-이재명 모두 험난

2024-12-15 08:00 | 진현우 기자 | hwjin@mediapen.com
[미디어펜=진현우 기자]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막이 올랐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야권의 대권주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여당 내부의 계파 갈등 역시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탄핵소추의결서 사본이 대통령실로 송달된 전날 밤 7시24분부터 기존 윤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군통수권과 조약체결 비준권, 법률안 재의요구권 등을 넘겨 받았다. 이와 함꼐 한 권한대행은 전날 전군에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 권한대행 역시 '내란죄 피의자'로 현재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야당 내부에서는 한 권한대행 또한 탄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와 역풍을 우려해 한 권한대행 탄핵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수사 여부에 따라 이른바 '권한대행의 권한대행'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헌법 및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이 탄핵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게 된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일대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석자들이 운집해 있다. 2024.12.14./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탄핵안 심리를 맡은 헌법재판소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전날 오는 16일 오전 10시에 재판관 회의를 소집해 사건 처리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문 권한대행은 "변론준비절차에 회부하고, 수명(명을 받은)재판관 2명을 지정하고, 헌법연구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며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퇴임 재판관의 후임이 아직 충원되지 않아 6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자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고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를 자당몫 후보자로 추천한 만큼 청문회 과정 및 한 권한대행의 임명 절차까지 완료되면 연말까지 9인 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회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이 정식 임명될 경우 중도·보수 5인, 진보 4명 구도로 변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에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선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는 2~3개월이 소요됐고 헌법재판소 역시 현재의 불확실성을 장기간 끌고 갈 경우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심리에 소요되는 기간은 전례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법에서 주어진 최장 탄핵 심리 기일인 180일을 꽉 채우는 '지연 전략'을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여당 내부에서는 탄핵 책임론 및 이를 둘러싼 친한동훈(친한)계와 친윤석열(친윤)계 간 계파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윤계 인사들은 당장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극렬히 반발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을 찬성하고 나서면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 착각하는 우리 당 소속 몇 의원들이 안타깝다"며 "보수가 단일대오로 나가지 못하고 오합지졸로 전락한 데 대해 나 자신부터 돌아보겠다"고 적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4.12.14./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 또한 전날 성명문을 발표하고 "한동훈 대표는 탄핵 가결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며 "국민의힘에 더 이상 '배신자'는 필요 없다"고 작심 비판했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민과 함께 잘못을 바로 잡겠다"며 당대표직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던 김상욱 의원 역시 전날 기자들과 만나 "자격이 없는 사람이 내려왔다. 국민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반면,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요한·김민전·김재원 최고위원 뿐만 아니라 친한계로 분류되는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도 전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최고위원 4명 이상 사퇴시 지도부 해산' 규정을 명시한 당헌·당규에 따라 '한동훈 체제'는 해산됐다.

향후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어갈 예정인데 '권성동 비대위 체제'에서 혁신 등을 두고 갈등이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혁신에 관한 이야기도 분명히 나올 것"이라며 "그럼 이것을 두고도 한창 논란을 빚을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바닥을 잡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사실은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판결을 내려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당 내부는 시끄러울 것"이라며 "당내 갈등 상황에서는 중진의 역할이 매우 큰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 내부에서는 일단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가시권에 들어선 '조기 대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오른쪽 두 번째)과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오른쪽) 등 국회 관계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대한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을 대통령실에 송달하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로 들어가기 앞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12.14./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해 "국민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모습으로서 국민의 주권 의지가 일상적으로 관찰되는 진정한 민주 국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사실상 향후 대권 후보로서의 포부를 밝힌 것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향후 상법 개정,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신재생에너지 확충 등 자신이 내세운 정책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밝히면서 차기 대권을 향한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뿐만 아니라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상남도지사 등 이른바 비이재명(비명)계 잠룡들의 움직임도 이전과는 다르게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탄핵 심판이 최종적으로 이루어지기 전에는 대놓고 대선 행보에 나설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 대표 체제가 견고해진다면 경쟁이 둔화될 수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민주당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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