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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⑧] 재벌은 중소기업 육성의 결과

2015-10-10 08:0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는 폭넓은 학술활동을 통해 기업정책 및 경제발전 연구에 매진한 ‘기업경제’ 전문가다. 좌 교수는 양극화와 저성장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답,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동반성장 기조를 회복시킬 방안에 대해 기존 주류경제학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좌 교수는 저서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을 통해 “오늘날 세계인류가 부딪치고 있는 고난도의 경제문제와 더불어 한국경제 동반성장의 해법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박정희 시대의 기업부국패러다임, 신상필벌의 차별화원리 속에 있다”고 밝힌다. 미디어펜은 향후 한국경제의 길을 찾고자 하는 취지에서 좌승희 석좌교수의 저서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의 일부를 발췌하여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아래 글은 여덟 번째 연재다. 저서를 펴낸 곳은 출판사 ‘백년동안’이다. [편집자주]

 

   
▲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미디어펜 회장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⑧] 재벌은 중소기업 육성의 결과

7장 개발연대의 몇 가지 난제에 대한 재해석

이제 새로운 경제발전관으로 개발연대에 대한 잘못되었거나 미흡했던 해석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유신 등 권위주의 정치 하에서 경제발전이 가능했나

오늘날 민주정치는 경제적 평등을 추구하는 포퓰리즘 정치로 변질되고 있다. 선·후진국을 불문하고 사회민주주의가 보편화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 성격상 불가피한 측면이다. 표에 의해 경제정책이 결정되는 의회 우위의 정책결정 체제는 불가피하게 평등주의 경제정책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경제적 수월성을 추구하는 경제발전 정책의 설 땅은 그만큼 좁아지게 된다. 결국 경제적 불평등을 용인할 수 있는 자유시장 민주주의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경제적 평등을 추구하는 평등민주주의 혹은 포퓰리즘 민주주의는 발전에 장애가 된다.

박정희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경제발전과 양립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포퓰리즘 민주정치를 사전에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발연대는 정치의 경제화, 즉 정치의 경제에 대한 평등주의적 부정적 영향을 차단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인센티브를 차별화하는 경제정책을 실행할 수 있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오늘날의 한국 정치상황이 개발연대를 덮었다면 경제적 차별화 정책을 시행할 수 있었을지 상상해 보라. 반면 그후 지난 30여 년간은 역으로 경제가 정치화됨으로써 경제정책은 실종되고 모든 정부의 지원 정책이 지원금을 1/n로 나누는 평등주의 사회정책으로 변질됐다.

   
▲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좌승희 著)은 ‘기피의 대상’으로 방치된 한국경제의 핵심적 시기를 경제학적 분석의 화두로 삼은 저작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경제의 기능적 본질에 입각하여 박정희 시대를 분석함으로써 박정희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성공원리를 밝히고 있다.

정치학계나 정치계가 민주주의라는 잣대로 박정희의 쿠데타나 유신을 부정적 시각에서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반면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 가능성도 같이 보는 균형 잡힌 시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민주주의는 국민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의 하느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치와 부자유 속의 발전은 어떻게 해석할까

박정희 시대의 성공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아킬레스건이다. 관치와 부자유 속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발전이 반드시 경제적 자유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며 여기에 정부의 경제적 차별화 전략이 가미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수용한다면, 경제발전은 자유 그 자체보다도 자유경쟁을 통해 경제적 차등과 불평등을 초래하는 시장의 차별화 압력이 더 직접적인 동인이 된다. 따라서 경제적 자유는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자유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선택의 자유를 통한 차별과 차등의 압력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소위 경제적 자유를 허용해 놓고도 결과는 물론 기회의 차등과 차이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는 사회주의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박정희의 관치, 부자유 속에서의 성공은 관치가 경제적 평등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신상필벌’을 내걸고 경제적 차등과 차별을 허용하는 차별화를 추구함으로써 기업 간, 개인 간, 마을 간에 치열한 성공경쟁을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이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를 일컬어 ‘관치 차별화 전략’이라 명명하였다.

재벌은 친대기업정책이 아니라 친중소기업 육성정책의 성공결과

친박정희든 반박정희든 박정희 정책을 재벌중심의 경제정책이었다고 하는 데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제실상을 잘 모른 해석이다. 박정희 정책은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뤄 경쟁력 있는 대기업의 출현을 유도하였다고 봐야 옳다. 1940~1950년대 혹은 1960년대 중소·중견기업들을 20년 만에 세계적인 대기업들로 육성한 중소기업 육성정책의 성공이 박정희 패러다임의 진수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1) 시장성과를 통해 능력이 인정된 성장하는 중소기업들을 조세·금융·외환정책 등을 통해 우대하고 이들이 실패하는 중소기업을 인수하도록 허용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기업성장이 경제성장과 발전을 견인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 30년은 획일적 지원 정책으로 오히려 못하는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대접받아 성장유인이 사라져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 천국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 좌승희 교수는 "현대적 의미의 기업이야말로 생산요소를 효과적으로 결합·활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 또는 부(富)를 창출하는 핵심장치"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요체는 ‘시장경제’라기보다는 ‘기업경제’라 칭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좌 교수는 박정희 경제정책이 자본주의 본질적 기능인 ‘기업경제’에 부합하도록 추진되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시대 정책패러다임을 ‘기업부국 패러다임’으로 정의한다./사진=미디어펜

중화학공업화 전략은 실패한 정책인가

박정희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도 자유시장 경제론자들에겐 아킬레스건이다. 성공하기 어렵다고 배운 정책이 성공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미 1980년대에 한국 정부와 세계은행은 공식적으로 박정희 중화학공업화 정책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경제는 그 실패했다는 중화학공업이 이끌어 가고 있으니 이 역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부 자유 시장론자들은 애써 이 성공을 무시하거나 폄하하기에 바쁘고, 인정한다는 좌파는 그 성공의 원인을 잘 모른다.

우리의 새로운 경제발전관으로 보면 산업정책은 경제적 차별화 정책으로 접근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실패하는 기업들보다 성공하는 기업들에게 더 많은 자원 이용기회를 열어 주는 경제적 차별화 원리에 따른 관치 산업정책은 그 성공 가능성이 높다. 개발연대 중화학공업화 전략은 수출을 통해 투자자금을 확보한, 다시 말해 기업 경영능력과 성공경험이 있는 기업들만 참여할 수 있었고 이것이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했으며, 나아가 성공을 가져온 것이다.

그동안 주류 경제학계의 산업정책 반대이유는 정부가 승자를 미리 선택하여 지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정부가 산업을 일으키려면 유망산업을 미리 알고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정부가 이 일을 잘할 수 없다는 게 논점이다. 그러나 새로운 관점으로 본 한국의 개발연대 산업정책은 정부가 사전에 승자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사후적으로 시장의 승자를 선택해 지원했던 것이다. 즉 시장의 차별적 선택결과에 따라 사후적으로 관치 차별화함으로써 사전선택적 산업정책이 빠질 수밖에 없는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미디어펜 회장

   
▲ 삼성전자든 현대차든 골목길 치킨집이나 편의점이든 기업의 본질은 매한가지다.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돈을 버는 데에 있다. 지금의 경제는 과거 농경사회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거래비용을 줄이는 기업 간의 치열한 가격 경쟁을 통해 굴러가는 경제며, 여기서 소비자로부터 선택받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윈윈게임이다./사진=미디어펜
1) 1940~1950년대 삼성상회, 현대자동차공업사와 현대토건사, 럭키치약, 선경직물, 두산상회, 한진상사, 1960년대 대우오퍼상 등의 중소중견기업들이 오늘날 각각, 삼성그룹, 현대자동차와 중공업과 현대건설 등 범현대그룹, LG그룹, SK그룹, 두산그룹, 한진그룹, 대우그룹(해체) 등의 대기업들로 성장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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