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과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 이 법안들의 영향을 받는 많은 국민들과 기업 관계 부처의 의견도 어떠한 편견 없이 경청했다. 그리고 오로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권한대행은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의 6개 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게 되어 마음이 매우 무겁다. 그러나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은 해당 법률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2024.12.19/사진=연합뉴스
한 권한대행은 양곡관리법에 대해 “지난 21대 국회에서 정부가 이미 한차례 재의요구권을 행사했고 국회 재의결을 통해 부결되어 폐기된 바 있다. 당시 정부에서 이의를 제기한 쌀 의무 매입에 대한 사항이 보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양곡 가격 안정제 도입 규정이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권한대행은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질적인 쌀 공급 과잉 구조를 고착화하여 쌀값 하락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서는 “(해당 법안은)주요 농산물의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 이하로 하락하였을 때 정부가 생산자에게 차액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또한 양곡법과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시장을 왜곡하는 농산물 가격지지 중심에서 농가 소득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농업 정책을 전환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접근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했다.
농업재해대책법과 농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가가 재해 복구비 외에 생산비까지 보상하는 것은 재난안전법상 재해 지원의 기본 원칙에 반하며,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 및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면서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를 할증 적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보험료가 재해 위험도에 비례해야 한다는 보험의 기본 원칙에도 반하고, 재해 위험도가 상이한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보험료율이 적용돼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민간 보험사들이 영세한 농업인들의 보험 가입을 오히려 꺼리게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회가 헌법에서 정한 예산안 의결 기한 12월 2일에 구속받지 않고 예산안 심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서 원활한 예산 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면서 “개정안이 시행돼 헌법이 정한 기한 내 예산안이 의결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없어지면 예전과 같이 국회 의결이 늦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아가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서는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입법 목적의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안건 심사와 청문회까지 동행 명령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은 “어떠한 이유로도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 등에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에 반하며, 개인 정보 결정권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 비밀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라며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해당 법안들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야권 주도로 강행처리 됐다. 해당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1일까지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