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서울과 지방 간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극심해진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지역별 투트랙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건설업계는 탄핵정국에 따른 건설심리 위축 및 금융권의 리스크관리 강화 등으로 자금경색 위기에 놓인 만큼, 금융당국에 지방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를 간청하고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방으로의 자금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기존의 방침을 거듭 내비쳤다.
금감원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이복현 원장 주재로 건설업계 및 부동산시장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은행연합회 이태훈 전무, 저축은행중앙회 오화경 회장, 한국주택협회 김재식 부회장, 대한건설협회 한승구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원주 회장, 한국부동산개발협회 김승배 회장,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본부장, 금융투자협회 이창화 전무./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날 간담회에는 건설유관단체에서 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 김재식 한국주택협회 부회장,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등이 자리했으며, 금융권에서는 이태훈 은행연합회 전무,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전무가 참석했다.
이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국민 주거안정 등을 위해 PF대출 보증 35조원 공급, 지방 미분양주택 CR리츠 도입 등을 통해 부동산 개발 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다각적으로 확대해왔다"면서도 "수도권과 지방, 주택·비주택 등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정부 정책에 대한 현장 체감도가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건설업 측면에서도 공사비가 상승하는 가운데, 건설수주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업황이 부진한 상황이다"며 "신디케이트론을 비롯한 PF 신규 취급이 보다 원활히 이뤄지도록 금융권에서 힘을 모을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방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자금공급 확대 및 사업애로 해소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일 지방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자금공급 확대 및 사업애로 해소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것임을 시사했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시장전문가로 참석한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하반기에도 서울과 지방간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지방 미분양 심화 등은 경제시스템 전체 측면에서 위험·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서울-지방 양극화 완화를 위한 지역별 투트랙(two-track) 정책을 올해보다 확대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올해 정부는 △지방 미분양주택 구입 세제혜택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지역별 차등 적용 △디딤돌대출 한도의 지역별 차별화 등의 정책을 내놨는데, 이보다 한층 더 완화된 기조를 펼쳐야 한다는 게 이 본부장의 제언이다.
또 이 본부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수준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제환경 등을 감안해 부실PF의 정리 및 재구조화를 좀 더 가속화해야 한다"며 "PF 사업장 부실화에 따른 추가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금융권이 신속히 부실을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업계는 주택경기가 하락세로 전환한 데다, 대내외 불안까지 더해져 자금공급이 경색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상반기에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주택경기가 하반기 들어서는 하락세로 전환됐다"며 "최근 정치 리스크에 따른 건설투자 심리 위축, 금융회사 리스크관리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건설·부동산업으로의 자금 공급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이 분석한 12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75.7로 전월 대비 13.3포인트(p)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93.1로 7개월만에 100 이하로 하락했다.
이어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 지속에 따른 지역간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지방 대출규제 개선 △지방 부동산 세제 완화 △정책 금융상품 확대 편성 및 신속공급을 통한 유동성 지원확대 △정부의 PF 제도개선 시행시기의 합리적 조정 △부동산PF 불공정 관행 개선 후속조치 조속 마련 △상호금융권 충당금 규제 강화 일정 연기 등을 주문했다.
이들 건의사항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지방 대출규제 개선'이다. 건설업계는 미분양이 심각한 수도권 외 지역부터 상향된 2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을 단계적으로 완화해달라고 특별히 요청했다. 당국이 은행권에 당부한 가계대출 경영목표 관리에서 지방대출은 예외로 적용해달라는 주문이다.
또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 부동산의 경기 회복을 위해 다주택자에게 주택매수를 촉진할 수 있는 각종 세제혜택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 금융상품 및 유동성 지원도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가령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정책자금을 신속 집행하고 건설사에 대한 지급한도를 확대해달라는 주문이다. 또 준공 후 비주택 건축물에 대한 미분양 담보대출 및 신보 등 신용보강을 통한 중견·중소건설사의 우량 민간공사대금 담보대출 신설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부에 시행사 자기자본 비율 상향, 업권별 위험가중치 차등 적용 등 PF 제도개선의 적용 시기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건설업계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상호금융권에 충당금 규제 강화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의 부동산·건설업 충당금 요적립률 상향일정을 6개월 연기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현행 충당금 요적립률은 110%로 당국은 당초 올 연말까지 120% 상향을 주문했다. 하지만 탄핵정국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엄습하면서, 당국은 내년 6월 30일까지 120%, 내년 연말까지 130%의 적립률을 각각 갖출 것으로 수정했다.
건설업계의 각종 건의사항을 청취한 은행연합회 등 금융권 참석자들은 "은행·보험 신디케이트론 및 PF 신규취급 등을 통해 건설·부동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저축은행권은 부실자산 정리를 통해 건전성을 제고하고, 부실화된 사업장이 새로운 매수자를 통해 정상화될 수 있도록 경·공매 등을 적극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