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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도망가는 삼성? 한남4구역 합동설명회 직후 뿌려진 찌라시

2024-12-24 12:39 | 김병화 부장 | kbh@mediapen.com

김병화 건설부동산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 '질문 받는 기호 2번 현대, 도망가는 기호 1번 삼성'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을 위한 1차 합동회가 끝나고 20분 만에 '12월 23일 1차 합동설명회 한 장 요약'이라는 제목의 찌라시가 등장했다.

합동설명회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시공사를 성정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절차다. 조합원들은 설명회를 통해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에게 공사비와 특화설계 등 제안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된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 이태원교회에서 한남4재정비촉진구역(이하 한남4구역)의 1차 합동설명회가 진행됐다. 입찰 마감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합동설명회였던 만큼 조합원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기호 1번 삼성물산과 기호 2번 현대건설이 각각 1시간씩 홍보 시간을 가졌다. 조합원들의 질의응답도 포함된 1시간이었다.

해당 찌라시에서 언급된 '도망가는'이라는 문구는 바로 질의응답에 대한 지적이다. 현대건설은 조합원들의 질의응답을 받았지만 삼성물산은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도망쳤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한남4구역 1차 합동설명회 직후 확산된 찌라시./사진=독자 제공


찌라시에서는 파란색과 붉은색 바탕으로 좌우를 구분했다. 왼쪽에는 단상 위에서 당당하게 조합원들의 질의응답을 받는 H(현대건설)를, 오른쪽에는 문을 열고 설명회장 밖으로 도망치는 S(삼성물산)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찌라시는 민병진 조합장의 말을 빌어 "1시간 내에 시공사가 질의응답까지 하는 거로 돼있으나 할말이 많았어. 추가질의 하면 좋겠지만 삼성 철수해서 불가능"이라며 마무리된다.   

민 조합장에게 확인 결과 해당 찌라시 내용은 다소 왜곡됐다. 1차 현장설명회 당일 기호 1번 삼성물산은 홍보시간 1시간을 모두 사용한 뒤 철수했다. 조합원 질의응답을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홍보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삼성물산의 설명이다.

민 조합장은 합동설명회 직후 삼성물산 측에 연락을 취했다. 삼성물산이 질의응답을 진행할 시간이 없었으니 양 사 추가로 20분 씩 질의응답 시간을 갖자는 제안이었다. 현장을 지키고 있던 현대건설은 제안을 받아들였고, 삼성물산은 거절했다. 이미 철수한 상황이라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민 조합장과 양 사는 2차 설명회 때 홍보시간을 40분, 질의응답 시간을 30분으로 정하기로 합의봤다.

'도망가는 삼성' 찌라시의 전말이다. 질의응답 사태를 떠나 이날 설명회는 아름답지 못했다. 품격없는 비방전이었다. 경쟁사를 깎아내리는데 급급했다.

한남4구역은 서울 강북권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힌다. 한강을 마주한 탁월한 입지에 총 사업비만 1조5723억 원에 달한다. 시공사 수주전에 참여한 건설사는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과 2위 현대건설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건설사가 15년 만에 맞붙었다.

최고의 무대 위에서 맞수가 펼치는 한판승부다. 근거 없는 마타도어와 찌라시가 판치는 쌍팔년도 수주전을 바랐던 게 아니다. 한남4구역 시공사에 걸맞은 품위를 지켜야 한다. 건설 맏형들의 젠틀한 승부를 기대한다.

[미디어펜=김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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