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코리안 드림’을 꿈꾸다 직장동료와의 마찰로 살인을 저지른 40대 조선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김영학 부장판사)는 직장동료 A씨(64·여)를 흉기로 살해하고 재차 B씨(55)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기소된 이모씨(42)에 대한 국민참여 재판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조선족 이씨는 목돈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10년 전 한국에 온 뒤 2년 전 송파구에 있는 한 양파 가공업체에 정착해 일을 시작했다.
이씨는 작업장으로 쓰이는 비닐하우스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매달 양파를 손질해 번 280만원을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냈다.
그러나 이씨는 직장 동료와 심각한 마찰을 겪었고 동료들이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무시하고 괴롭힌다며 앙심을 품었다.
조사결과 지난 6월11일 발생한 사건의 발단은 사소한 말다툼이었다.
A씨가 이씨에게 "왜 시키는 대로 양파를 냉장고에 넣지 않느냐"며 욕설을 하면서 두 사람 간 언성이 높아졌다. 이어 A씨의 전화를 받고 달려온 B씨가 이씨에게 "경찰에 신고해 중국으로 보내버리겠다"며 욕설을 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B씨가 "왜 신고했는데 경찰이 아직 출동하지 않느냐"며 재차 경찰에 전화하자 이씨는 자신의 불법 체류자 신분이 들통 났다는 사실에 격분해 흉기를 양손에 쥐고 휘둘렀다.
이씨는 A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B씨에게 달려들어 어깨와 가슴 등을 찌르다 출동한 경찰을 보고 범행을 멈췄다.
법원은 이씨가 재판에서 동료들이 평소 자신을 '중국놈'이라고 비하하며 멸시하고 괴롭혔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에 재판부는 “그렇다고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으며, 피고인이 피해자와 그 가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해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