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 하반기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국내 증시가 새해 들어 연초부터 사뭇 달라진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간밤 미국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어도 국내 증시는 개의치 않고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들이 포착되기도 한다. 양국 증시의 '디커플링' 현상이 올해만큼은 국내 시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관측된다는 설명이 나온다.
작년 하반기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국내 증시가 새해 들어 연초부터 사뭇 달라진 흐름을 보이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작년과는 다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코스피는 새해 들어서만 지난 9일까지 4.85%, 코스닥은 5.85% 각각 상승했다. 작년 한 해 9.63% 떨어졌던 코스피의 경우 이미 상당폭 반등에 성공한 셈이다. 다만 코스닥은 작년 한 해 낙폭이 21.74%나 됐기 때문에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에 따라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살벌한 농담이 떠돌던 국내 주식시장의 분위기도 이미 꽤 많이 바뀌었다. 대표적으로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 금액이 다시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6조237억 원을 기록해 작년 말 15조8170억 원 대비 2067억 원 불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을 지칭해 소위 ‘빚투’의 지표로 쓰인다. 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행위 자체는 위험도가 큰 것이지만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3일 15조5739억 원 수준까지 감소했었으나 다시 반등해 16조 원대를 회복했다. 지난달 9일 이후 거의 한 달 만이다. 시장별로 추이에 차이가 있는데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잔고가 9조2461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130억 원 늘어난 반면 코스닥 시장에선 6조7777억 원으로 1938억 원 불어났다.
연초 국내 증시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미 증시와 흐름을 달리 하는 소위 ‘디커플링’이다. 사실 디커플링 경향 자체는 작년부터 관찰됐다고도 볼 수 있다. 미 증시가 1년 내내 엄청나게 강력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한국은 거기에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증시가 오른 다음 날에도 국내 증시는 오르지 못하고, 미 증시가 떨어지면 그제야 같이 떨어지는 반쪽짜리 동조화 현상이 잦았다.
새해엔 정반대의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연초 미 증시는 작년의 강력한 상승분을 조금씩 반납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아랑곳없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서 다우 산업지수는 –1.42%, S&P500 지수는 -0.93%, 나스닥 지수는 –0.77%의 하락률을 각각 나타내고 있어 일각에선 ‘고점 신호’가 이미 나왔다는 분석까지 제시되고 있다.
특히 지난 밤 12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더 뜨겁게 나온 데 대한 반응으로 다우지수가 하루에 –1.63%, S&P500 –1.54% 나스닥 –1.63% 등 미 증시가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한 월요일 국내 증시의 반응에 따라 연초 디커플링 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에 대한 관측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 부장은 국내 코스피 지수에 대해 “트럼프 리스크, 과도한 통화정책 우려와 함께 국내 실적 불안, 정치적 리스크 등이 선반영 됐다”면서 “역으로 다양한 대내외 불확실성 변수와 악재들이 완화‧해소되는 것 만으로도 코스피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