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현대건설이 지난해 적자 전환하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미래에 예상되는 추가적인 원가 상승분까지 반영한 수치로 이른바 ‘빅배스(Big Bath)’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현대건설 사옥 전경./사진=현대건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2209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현대건설이 적자를 기록한 건 지난 2001년 이후 23년 만이다. 매출액 또한 32조69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봐도 1조7334억 원의 영업손실을 인식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지난해 4분기 1조1309억 원, 연간 7364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전환 배경은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현장에서 발생한 손실 영향이다. 현대건설은 “연결 자회사(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일부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일시적 비용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의 80% 이상은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발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1조4315억 원, 연간 1조2401억 원의 영업손실을 인식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 4분기 손실 중 약 1조2000억 원은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프로젝트,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유틸리티 현장 등 2개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정유공장 프로젝트의 경우 공기 지연 및 발주처 손실보전 불확실성 등을 반영한 예정원가 증액이 이뤄진 것이 원인이 됐다. 현대건설과 공동으로 수주한 사우디 자푸라 유틸리티 현장 또한 설계 완료에 따른 공사물량 증가, 공기 준수를 위한 공정 촉진비용 등으로 추가 원가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주택사업에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2021년 이후 공급 현장 매출 비중이 늘어난 점도 손실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대규모 손실로 단기적인 재무안정성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132.2%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자기자본의 10.5%에 달하는 약 1조1000억 원 분기순손실을 일시에 인식함으로써 자본여력 축소와 부채비율 상승이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잠정실적이 최종 확정될 경우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연결기준 178.8%, 별도기준 142.1%로 상승하게 되며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예정원가가 조정된 해외사업장에 대한 추가 원가 투입으로 관련 자금소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손실 인식건의 경우 미래에 예상되는 추가 원가 상승분까지 반영하면서 규모가 커진 것이라는 게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측 설명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원가가 대폭 상승한 상황”이라며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보다 앞으로 준공까지 예상되는 추가 원가 상승분도 이번에 한꺼번에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불가피하게 손실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회계기법인 이른바 빅배스를 단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건설 또한 단기간 내에 실적 회복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과 수익을 일으키는 프로젝트들이 어느 정도 상승한 원가가 반영된 현장들인 만큼 수익성은 올해부터 충분히 개선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도 현대건설의 이러한 빅배스 전략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실제 현대건설 주가는 이날 장마감 기준 2만9700원으로 실적 발표 직전인 21일 2만6100원 대비 13.8% 상승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결산 실적에 예상손실이 충분하게 반영되고 향후 주요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올해부터는 영업흑자 전환과 더불어 재무안정성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