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또 한 번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연말 환율 급등에 따른 판매보증충당금 증가 악재에도 레저용 차량(RV), 친환경차 등 고부가가치 자동차 판매 증가에 따른 수익선 개선을 통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기아는 24~25일일 각각 컨퍼런스콜은 열어 지난해 연간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합산 매출액 282조6800억 원, 영업이익은 26조906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7.1%, 0.6%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현대차, 작년 매출액 175조2312억 원·영업익 14조2396억 원
현대차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175조2312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9% 감소한 14조2396억 원으로 집계됐다. 경상이익은 17조7814억 원, 당기순이익은 13조2299억 원으로 7.8%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든 106만6239대를 판매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18만9405대를 팔았고, 해외에서는 1.6% 줄어든 87만 6834대가 판매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폭설로 인한 공급 차질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으로 내수 판매량이 줄었다"면서 "해외시장의 경우 북미 지역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지만 중국과 유럽 지역 수요 감소로 총판매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현대차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46조6237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한 2조8222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6.1%를 나타냈다. 경상이익은 3조1189억 원, 당기순이익 2조4742억 원(비지배지분 포함)을 기록했다.
매출은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호조, 믹스 개선 및 가격 인상, 우호적인 환율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기록했다. 4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1396.8원을 나타냈다. 현대차는 영업익 하락 요인으로 판매보증충당금 증가를 꼽았다. 다만 향후 원달러 환율이 안정화되면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 기아, 매출액 107조4488억원·영업이익 12조6671억원
기아가 지난해 1962년 자동차 판매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의 연간 판매 실적(308만 9457대)을 달성하면서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첫 100조 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기아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107조4488억 원, 영업이익은9.1% 늘어난 영업이익 12조66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 11.8%로 나타났다.
기아는 지난해 국내 54만10대, 해외 254만3361대, 특수 6086대를 팔았다. 4분기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5% 늘어난 76만9985대(국내 14만934대·해외 62만9051대)를 판매했다.

기아 EV3./사진=기아 제공
연간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는 63만8000대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하이브리드 36만7000대(전년 대비 20% 증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7만1000대(19.5% 감소) △전기차(EV) 20만1000대(10.2% 증가)로 집계됐다. 친환경차 비중은 지난해 대비 2.3%포인트 증가한 21.4%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7조1482억 원, 2조7164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6%, 10.2% 증가한 수치다. 기아는 글로벌 판매대수가 2023년 4분기 대비 3만6000여대(5%) 늘어났고, 평균판매가격(ASP)이 5.9% 상승하며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장려금(인센티브) 및 판매보증 충당부채의 원화 환산 금액이 증가했지만, 북미·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판매 호조와 우호적 환율 효과 등이 이를 상쇄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어려운 경영환경 전망…"현지 강화·친환경차 판매 확대"
현대차와 기아는 국제정세 불안·주요 시장의 성장률 둔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환율 변동성 확대,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 관련 비용 증가가 경영활동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는 북미 현지 생산 체계를 본격 가동하면서 유연한 경영 전략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지난 23일 현대차 컨퍼런스콜에서 "국내는 물론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리스크와 유럽 연비 규제 강화 등 그 어느 때보다 대내외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확대된 시기"라며 "그룹 차원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분석으로 시장 환경 변화와 리스크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외부 환경 변화에도 기아는 제품 믹스·ASP 개선에 따른 차별화된 경쟁력을 앞세워 올해에도 두 자릿수 영업이익율을 지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선진 시장인 북미와 유럽 등지에선 하이브리드·EV 등 친환경차 판매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기아는 연이어 신차를 출시하며 신차 효과를 이어갈 계획이다. 첫 픽업트럭인 타스만, 인도 전략모델 시로스,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PV5를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또 세단형 전기차 EV4를 전 세계에 순차 출시하고, 준중형 SUV EV5를 국내 출시해 '대중화 EV 풀 라인업'을 구축할 방침이다.
김승준 기아 기획재경본부장은 "내년 1분기까지 신차 8개 차종을 투입할 계획이다. 시로스는 연간 8만 대정도 보고있는 차종인해 올해는 5만5000대정도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타스만은 6만 대 차종인데 올해는 4만 대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 "EV3는 작년에 출시됐지만 올해 글로벌로 확대판매가 되면서 전년 대비 7만 대정도 더 팔리게 될 거고, EV4는 연간 15만 대 이상 예상하지만 올해는 3~4만 대 정도로 보고 있다. EV5는 연간 10만 대 차종이지만 올해 판매는 2~3만 대 정도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 현대차 417만대·기아 321만6000만대 판매 목표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올해 목표도 설정했다. 현대차는 가이던스에서 올해 연간 도매판매 목표를 417만 대로 설정했다.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3~4%, 영업이익률 목표는 7~8%로 세웠다.
기아는 올해 연간 판매 목표를 321만6000대로 설정했다. 매출은 112조5000억 원, 영업이익 12조4000억 원으로 잡았다. 영업이익률은 11%를 제시했다. 도매판매는 지난해 대비 4.1%, 매출은 4.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양사는 경영 성과와 주주 이익 환원을 동시에 추구하며 동반 성장 기조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총주주환원률(TSR) 35% 달성 등 앞서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실적 호조를 반영해 지난해 기말 배당금을 주당 6000원으로 결정했다. 따라서 2024년 연간 배당은 1~3분기 배당 합계 6000원을 포함, 전년 대비 5.3% 증가한 주당 1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3개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인 '배당성향 25% 이상 설정'에 따른 배당액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기아도 회사의 성장을 지원한 주주 및 투자자를 위해 경영 성과에 대한 적극적 보상을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 주주 배당금은 연간 기준으로 주당 6500원씩 지급한다. 지난해(5600원)와 비교하면 900원 증가했다. 자사주 매입·소각분(7000억 원)은 전년 대비 2000억 원 확대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매입한 자사주는 올해부터 조건 없이 100% 소각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1분기에 연간 자사주 매입분의 50%,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재무 목표 달성 시 나머지 50%를 소각했다. 매입 방식도 연중 상·하반기 분할 형태로 전환한다. 지난해까진 1분기에 자사주를 전량 매입했지만, 수급 안정화 및 안정적 주가 흐름을 위해 상·하반기 분할 매입 방식을 택했다.
또 최근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총주주환원율(TSR,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분)'은 2024년 기준으로 33.3%를 달성한다. 2023년(30.7%)과 비교하면 2.6% 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기준으로는 TSR를 35%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