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문제인 대표를 보면 스스로 ‘당대포’를 자임하다 결국 자신의 ‘입’에 당한 정청래 의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문재인 대표의 ‘입’이 독해졌다. 좌충우돌 거침없는 모습이다. 그런데 왠지 아슬아슬하다. 진짜 속내마저 저랬을까 싶은 말들이 속 시원하기보다 화풀이처럼 들리는 까닭은 왜일까? 하는 일마다 꼬이니 홧김에 내뱉은 말일까 싶을 정도다. 해독제조차 없는 독 서린 어투다. 제1야당의 대표의 ‘입’이라기에는 너무 가볍고 생각이 없다. 문재인 대표의 ‘입’은 당내에서조차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심상치 않은 위기감이 감돈다. 문재인 대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내년 총선에서 또다시 참패한다면 정치 인생마저 위협받을 처지다. 혁신을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당 수술에 나섰지만 친노와 비노로 갈려진 당의 갈등만 부채질 했다. 내분과 갈등 봉합은커녕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에 불을 당긴 모양새다. 아직은 비노진영의 십중포화속에서도 친노라는 든든한 친위부대로 그마나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좌불안석이다.
리더십의 부재는 문재인 대표의 오래된 꼬리표다. 잇단 선거 참패는 자의든 타의든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멍에를 씌웠다. 대선에까지 출마했던 후보로서 리더십 부재라는 오명은 치명적이다. 당도 추스르지 못하는 입장에서 대선 재수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다. 새정치연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비판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나 새 당을 만들겠다는 천정배 의원이나 잠시 침묵하고는 있지만 비노 진영의 박지원, 김한길 등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이런 조급증이 문재인 대표의 ‘입’을 통해서 그대로 표출되는 게 아닐까?
지난 18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대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사는 학부모 1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대표) 두 분의 선대가 친일·독재에 책임이 있는 분들"이라며 "그러다 보니 그 후예들이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려는 것이 이번 교과서 사태의 발단이자 배경"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학부모들 앞에서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것이 경제와 민생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이 난리를 치는지, 지금이 국민을 두 쪽으로 쪼갤 때인지 화가 난다. 원인은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편향된 역사관"이라며 하소연했다.
▲ 문재인 대표는 이제라고 ‘입’은 닫고 ‘머리’로 온갖 지혜를 짜내 제대로 된 역사를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물려주어야 한다. 그게 문재인 대표가 올바르게 역사에 기록되는 길이다. /사진=연합뉴스 |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장인이 ‘빨치산’이라서 좌편향으로 검정화해서 역사 교과서를 바꿨냐”며 “놀랍고 부끄럽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배지를 던지고 싶다. 야당 대표가 이 정도 밖에 안되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결국 문재인 대표의 역사 거꾸로 돌리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장인 ‘빨치산’ 이력마저 거론되며 역공을 당하는 일을 자초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민주주의 사상의 근간을 흔드는 반민주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며 “안철수 의원이 주장한 청산해야 할 낡은 진보의 대표적 모습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도 “인격살인적인 거짓 선동발언을 했다”며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제 1야당 대표 입에서 나온 말로는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운 발언”이라고 비판 강도를 높였다. 문재인 대표의 헛발질 말 한마디가 여당을 발칵 뒤집으며 결국 스스로 결속하게 만드는 결과를 불렀다.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이 개표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선불복’ 발언으로 또 한번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강 의원의 당직을 박탈하며 부랴부랴 파문 차단에 나섰다. 헌데 문제는 문재인 대표의 ‘입’이었다. 문 대표는 강 의원 발언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하면서도 “대선 이후 우리 사회 일각에서 지금까지 강력하게 남아 있는 의혹들이 있다. 그것들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여당은 물론 야당내에서도 강력한 비난에 직면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문재인 대표의 이중플레이라고 지적하며 “야당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대선 불복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며 “문 대표는 제대로 된 입장을 밝히고 국민앞에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내에서도 “대선 당사자인 문 대표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은 당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흘러 나왔다. 같은 당 김부겸 의원도 “선거부정이나 대선불복은 중대한 문제이므로 당에서도 진솔한 입장 천명이 있어야 한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그야말로 당 안팎으로 내몰리고 있는 문재인 대표다. 친노와 비노의 화학적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당내 역학 구도내에서 운신의 폭은 점점 조여들고 있다. 총선은 코앞에 닥쳐오는데 당 대표로서 말발이 먹히지 않는다. 지금껏 문재인 대표의 정치행보로 미뤄 볼 때 비노까지 싸안을 포용력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니 친노조차도 등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발등의 불은 현역 의원들 79명이 온갖 진통을 겪으면서 통과시켰던 ‘혁신안’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현역 평가 없애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며 정책의총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당’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그야말로 문재인 대표와 친노세력이 노렸던 20% 전략공천은 고스란히 물거품이 된다. 문재인 대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입’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제대로 된 리더십으로 당부터 추슬러야 한다. ‘입’으로는 민생을 이야기 하고 ‘몸’은 거리투쟁에 나선다면 누가 믿겠는가. 이제라도 ‘대선불복’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거리가 아닌 역사속에서 풀어야 한다.
역사교과서의 출발점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부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과를 분명히 하고 만천하에 드러난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 거리로 뛰쳐나가거나 민생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역사학계와 국민이 소통하면서 국가를 바로 세우고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거리에서 수능이니 친일이니 부르짖으며 선동한다고 풀릴 일이 아니다. 이제라고 ‘입’은 닫고 ‘머리’로 온갖 지혜를 짜내 제대로 된 역사를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물려주어야 한다. 그게 문재인 대표가 올바르게 역사에 기록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