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4일 만찬 회동을 진행했다.
그동안 개헌 필요성을 역설해왔던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탄핵 결정 이후에도 정치개혁·개헌 등에 대한 민주당 나름대로의 비전을 반드시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내란 극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김 전 총리는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내 한 식당에서 약 87분 동안 만찬 회동을 가지고 탄핵 정국, 당내 현안 등을 놓고 대화를 주고 받았다.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김 전 총리는 "21세기 한복판에 대통령 한 사람이 헌정을 문란하고 국민들의 삶을 도탄에 빠지게 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많은 분들이) 답답해 한다"며 "결국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고 그건 개헌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월 24일 서울 여의도 내 한 식당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2.24./사진=연합뉴스
이어 "사실상 내전 상태에 이른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해 국민의 갈라진 마음을 어떻게든 다시 한번 추수려서라도 국민 대통합을 이룰 수 있고 특히 AI(인공지능) 시대, 신문명시대에 걸맞는 국민의 기대감, 비전을 이 대표와 함께 고민하고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이 대표는 "(김 전 총리가) 국가에 대한 걱정이 많으시고 당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 같다"며 "(김 전 총리의 말을) 겸허하게 많이 듣고 앞으로 나아갈 길 잘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두 사람은 개헌을 비롯해 정치 개혁을 두고 다소간 이견차를 드러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과 김 전 총리 측 오영식 전 의원은 만찬 종료 후 브리핑을 통해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전했다.
한 대변인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그간 당 운영에서 상처 받고 당을 떠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방안과 개헌을 포함해 정치 개혁 방안도 필요하다"며 "대표도 그러한 입장을 밝혔으니 개혁의 그림을 그리고 대한민국이 새롭게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이 대표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생각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답한 것으로 한 대변인은 전했다.
이어 김 전 총리는 "미국의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력과 중국의 AI 등 기술 굴기, 한국의 성장 동력이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준내전 상태로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가 없다"며 "내란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통합 비전이 필요하고 국민들에게 국민 통합과 화해의 메시지를 내달라"고 이 대표에게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필요한 일"이라며 "계속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도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 등 정치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계속 요구했는데 이 대표가 '나도 생각은 왜 없겠는가. 그러나 아직은 탄핵에 집중해야 될 때가 아닌가'라고 (말했고) 그렇게 계속 공방이 오갔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한편, 김 전 총리 측 오 전 의원은 이 대표의 최근 '민주당은 중도·보수' 발언과 관련해 김 전 총리가 "대표의 단정적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한 대목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김 전 총리는 "중도·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까지도 더 끌어안고 그분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한 노력이지 않겠는가. (이 대표) 발언의 취지를 이해한다"고 덧붙인 것으로 오 전 의원은 전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