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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작별상봉...60대 된 ‘뱃속 아들’ “낳아주셔서 감사” 눈물로 인사

2015-10-22 16:36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금강산 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소정 기자]“아버지, 건강한 아들로 낳아 주셔서 감사해요.” 얼굴 한번 보지 못했던 뱃속의 아들은 60대가 되어서야 처음 아버지를 만났고, 이틀만에 다시 긴 이별을 마주한 채 작별 인사를 건넸다.

남북 이산가족 530명은 22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꿈만 같았던 2박3일의 만남을 마무리하는 작별상봉 시간을 가졌다. 면회소 안 테이블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고, 가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결혼 7개월만에 서로 헤어졌다가 65년만에 다시 만난 이순규(85) 할머니는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가 자리에 앉자 넥타이를 만지면서 잠시 옷매무새를 살펴주더니 한동안 얼굴을 들지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 아들 오장균(65) 씨는 아버지 손을 잡고 크게 한번 밝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모습을 보던 형수 이동임(93) 할머니가 입으로 손을 가린 채 눈시울을 붉혔다. 오인세 할아버지도 형수를 바라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동임 할머니는 오인세 할아버지에게 은가락지를 끼워주고, 며느리 이옥란(64) 씨가 “아버님, 큰 아버지, 형님(이동임 할머니의 남편) 보고싶으시면 이거 한번 꺼내보시라고 드리는 거예요”라고 했고, 오인세 할아버지는 끄덕끄덕 고개로 답했다.

오장균 씨가 “아버지 건강한 아들로 낳아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오인세 할아버지는 그저 “그럼”이라고 화답했다.

오인세 할아버지는 아들과 아내에게 번갈아가며 “부모 잘 모셔야지, 아들도 잘 키우고, 마음은 크게 먹고...”라고 했고, 이순규 할머니는 “알았슈”라고 답했다. 오인세 할아버지가 다시 “지하에서 또 만나...”라고 했다. 이어 아내와 아들, 며느리까지 동시에 끌어안으며 “이렇게 안는 것이 행복이다. 내 인생에서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순규 할머니가 “건강하슈, 오래 사슈”라고 작별의 인사를 건네자 오인세 할아버지는 “(당신) 닮은 딸을 못 낳고 왔구나”라고 했다. 이순규 할머니는 “며느리가 딸이고 며느리고 그래요”라고 말했다.

   
▲ 북 측 96가족과 이들이 찾은 남 측 가족 380여명이 만난 제20회차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1회차 상봉이 지난 20일부터 2박3일 일정을 끝으로 22일 마무리됐다. 2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다시 시작되는 2회차 상봉에서는 남 측 90가족이 북 측 가족 180여명을 만난다./사진=YTN 화면 캡처

이날 작별상봉은 앞서 우리 측 요청을 북 측이 받아들여 결정된 바대로 이전보다 1시간이 연장된 2시간동안 진행됐다.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된 작별상봉이 끝나기 10분 전인 11시20분 면회소 안에는 상봉 종료를 예고하는 방송에 이어 ‘다시 만납시다’ 노래가 울려퍼졌다.

북 측 안내원들이 순회하면서 북 측 가족들이 탑승해야 할 차량 번호를 알려줬고, 11시30분 북 측 가족의 퇴장이 시작됐다.

작별상봉이 끝날 무렵 면회소를 떠나던 한 북 측 가족은 출입구 앞에서 “만호 어디 갔니?”라고 소리쳐 남 측 가족을 불렀다. 멀찍이 서서 황망히 바라보던 남측 가족은 곧바로 달려가 한참을 서로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면회소 안에 있던 적십자 직원과 의료진도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렸다. 북측 여성 기자도 가족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북 측 가족이 차량에 탑승하는 동안 남 측 가족들은 가족들의 떠나는 모습을 단 1초라도 더 보려고 로비 문으로 모여들었다. 이윽고 차량이 면회소 앞에 잠시 정차하자 남측 가족이 밖으로 나가도 된다는 방송이 나왔다.

남 측 가족들은 버스로 뛰어가면서 연신 “어딨어, 어딨어”라고 외치면서 북 측 가족들을 찾았다. 북 측 관계자가 만류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북 측 가족들은 버스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면서 필사적으로 남 측 가족들의 이름을 불렀다. 가까스로 열린 차창으로 얼굴을 마주한 남북 가족들은 서로의 손을 있는 힘껏 움켜쥐면서 가족의 온기를 기억하려 애썼다.

한편, 이날 작별상봉장에는 이전보다 많은 북 측 당국자들이 투입됐으며, 가족들의 대화를 훨씬 예민하게 관찰하는 모습이었다. 일부는 취재진의 메모를 훔쳐보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계속 눈물을 흘리는 일부 관계자도 목격됐다.

북 측 96가족과 이들이 찾은 남 측 가족 380여명이 만난 제20회차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1회차 상봉은 지난 20일부터 2박3일 일정을 끝으로 22일 마무리됐다. 2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다시 시작되는 2회차 상봉에서는 남 측 90가족이 북 측 가족 180여명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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