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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는 없다"…대우조선해양 향방에 조선업계 '식은땀'

2015-10-23 12:33 | 고이란 기자 | gomp0403@mediapen.com

정상화 지원 계획 '보류'…노조 자구책 동의안 '먼저'

[미디어펜=고이란기자]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 계획에 칼을 빼들었다. 조선업계가 얼어붙은 업황으로 실적 개선 시기가 늦춰지면서 정부가 자금지원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지난 달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산업은행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앞줄 오른쪽)과 남상태 전 사장 등 대우해양조선 전현직 임원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미디어펜 DB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조선의 정상화 지원 계획을 보류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자구계획과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동의서가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새로 달았다.

당초 채권단은 이날 약 4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담은 정상화 지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금융대책회의 이후 자금지원 시행 여부 결정은 노조에게 돌아갔다.

장기적으로 조선업황이 불황인데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에 또 다시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해지면서 정부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자금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회사가 자력으로 살 수 없는 상태에서 지원안을 결의할 때 노조의 동의서가 필요하다”며 “대우조선해양 노조에 동의안을 받는 것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손실규모가 워낙 큰데다가 워크아웃 절차가 아닌 상황에서 지원금을 투입하기 때문에 노조의 협조가 선행되기 전에는 방안자체를 확정하지 않겠다고 판단하며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해양플랜트와 관련해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털어냈다. 아울러 산업은행의 실사 결과에 따라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은 5조3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구안으로 대규모 인력감축을 진행 중이며 자산매각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골프장 매각 작업은 마무리 단계이며 두산엔진, 화인베스틸 등 보유주식도 정리했다. 청계천 본사 사옥과 당산동 사옥도 매각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자구책에도 정부가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다른 조선사들의 지원안과 관련해 본보기, 이른바 시발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외환위기 때 3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이 들어가 정상화됐지만 이번에 또 다시 위기를 맞아 지원금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조선업 전반이 상황이 어렵다.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해양도 막대한 지원금이 들어갔지만 또 다시 지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좀비기업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등 공적자금 지원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이어갈 것이라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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