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보험사들이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방어를 위해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하며 자본확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인하 사이클 진입과 더불어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 적용 등 제도적 조정으로 보험사들의 자본 감소세가 나타나며 킥스비율이 떨어진 영향이다.
킥스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수치로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서울 여의도 전경/사진=미디어펜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이날 6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이자율은 공모 희망 금리 연 3.6~4.2%의 최상단인 4.2%다. KB손보는 지난 5일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초과수요를 확보해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흥국화재도 이날 신종자본증권 2000억원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계획이다. 금리는 5.8~6.1% 수준의 고정금리를 제시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당초 15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수요예측에서 5100억원의 주문이 몰려 발행액을 늘렸다.
DB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도 지난달 각각 8000억원,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다.
동양생명도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5억달러(약 7000억원) 규모의 자본성 증권 발행을 의결했다.
이밖에 △NH농협손해보험(2000억원) △현대해상(8000억원) △한화생명(6000억원) 등도 자본성 증권 발행을 계획 중이다.
지난해 보험사의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는 8조7000억억원으로 전년(3조2000억원) 대비 272% 급증했는데 올해는 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부터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데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부채 규모가 커지고 자본이 감소해 킥스비율이 낮아지는 구조다. 이에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보험사들의 킥스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에 턱걸이한 경우가 많았다. 삼성생명의 킥스비율은 180%, KB손해보험은 199.1%, 현대해상은 155.8%, 동양생명은154.7% 등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결정된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 적용이 다음달부터 본격화되면서 보험부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자본성 증권 발행이 늘면서 이자부담도 커지고 있다. 자본성 증권은 만기가 길고 차환을 조건으로 발행되는 특성 탓에 보험업법상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갚아야 할 빚이다.
보험사 자본성 증권 발행 금리는 4~5% 수준에서 형성돼있는데 운용 수익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의 평균 자산운용수익률은 3%대에 그친다.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등에 대해 부담하는 이자비용은 매년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