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대한민국이 커피에 빠졌다. 서울 시내 열 발자국을 지나치지도 않았는데 커피전문점이 유혹의 손길을 뻗고 있다. 외국인들도 한국의 커피 전문점 갯수에 눈에 휘둥그래진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시기와 맞물리면서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치킨집이나 커피전문점에 몰리는 현상도 한 몫했다. 특히 우리나라 커피시장이 올 들어 20%이상 육박하며 대박성장을 이뤄냈다니 대단한 커피 사랑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과도한 커피섭취에 밤의 불청객인 불면증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 올해 커피 수입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카페인이 함유돼 있어 과다 섭취 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2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1∼9월)까지 원두 등 커피(조제품 제외) 수입중량은 약 10만2500t(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만9400t) 대비 3.2% 증가했다. 한국인의 커피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원산지별로는 베트남에서 수입된 커피가 약 2만600t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브라질(2만400t) ▲콜롬비아(1만6000t) ▲페루(6400t) ▲온두라스(5800t) 등 중남미 국가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에서 들어온 커피가 전체 수입량의 24.8%, 브라질에서 수입된 커피가 16.8%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베트남과 브라질산 커피의 비중이 각각 20.1%와 19.9%로 격차가 크게 줄었다.
금액으로 살펴보면 올해 수입된 커피는 약 4억1600만달러(약 4692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3억8200만 달러)보다 8.9% 늘었다. 연말까지 커피 수입액은 6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최근 수년 사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다양한 종류와 가격대의 커피가 등장하고 있어 커피 수입량이 계속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최근 발표한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조사'에 따르면 국내의 커피 전문점은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 및 개인사업자를 포함해 약 2만여개에 이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아메리카노 기준으로 338잔이다. 시장규모는 약5조원에 달하며 연간 20%씩 성장하고 있다.
한국인의 커피사랑에 업계는 프리미엄 및 가격경쟁력으로 차별화 전략을 선보여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고 있다.
스타벅스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생두 신선도·수분율·향미 등이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인 커피를 파는 '스타벅스 리저브'를 열었는데 한 잔에 최고 1만2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이달까지 매장을 전국에 52곳으로 늘렸다.
커피전문점 ‘할리스’가 핸드드립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할리스 커피클럽을 지난해 6월 선보이는 등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도 고급 커피 메뉴를 내놓고 있다.
반면 ‘빽다방’, ‘커피에 반하다’ 등 아메리카노 한 잔을 1000∼2000원에 마실 수 있는 저가형 커피전문점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밥 먹고 커피 한잔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돼 커피 시장은 당분간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페인이 함량된 만큼 과도한 커피 섭취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성인 기준 하루 카페인 권장 섭취량은 300mg으로 커피 한잔의 카페인량은 평균 100mg 정도다.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약물로 커피를 과다 섭취하게 될 경우 심박수가 빨라지거나 신경과민증상,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다.
커피나 콜라 등의 카페인 음료도 위산과 소화효소의 분비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줄여야 한다.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719명을 대상으로 ‘커피 중독’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전체의 55.6%가 하루에 3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커피 중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이 섭취하는 하루 커피량은 평균 2.8잔이었다. 카페인 하루 권장 섭취량을 넘나드는 수준이다.
이어 직장인의 61%는 커피 부작용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 증상으로는 ▲속쓰림(27.4%) ▲불면증(22.4%) ▲신경 과민(14.9%) ▲소화 불량(11.1%) ▲두통 유발’(8.6%) ▲피부트러블(6.1%) 등이 있었다.
특히 커피 섭취로 인해 가장 흔하게 겪는 불면증 환자의 수도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불면증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1년 38만3000명(2007년 대비 84.6% 증가)에 달했다. 2012년에는 35만8000명으로 다소 줄어들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41만5000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