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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
'중산층 70% 달성’은 실종된 상태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70·70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중산층 70%에 고용률 70% 달성’을 핵심 대선 전략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집권 1년 반이 지난 현 시점에서 '중산층 70% 달성’은 실종된 상태다. 성장률이 2013년에 3.0%, 2014년 전반기에 0.75%로 저조해 중산층의 지갑이 두툼해질 리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고용률 70% 달성’은 어떨까? 필자는 이 또한 곧 실종되리라고 우려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고용률 70% 달성’은 왜 꿈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그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규제일변도의 노동정책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노동시장은 역대 정부에 의해 지속적으로 경직되어 왔다. 김대중 정부는 정리해고법을 도입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규직 해고를 OECD 국가 가운데 포르투갈 다음으로 어렵게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는 노조 편에 힘을 실어줘 한국을 파업공화국으로 만든 데다 비정규직보호법까지 도입하여 노동시장을 경직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시장 무(無)정책을 유지하다가 막판에 가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도입하여 노동시장 경직화에 일조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노동정책을 활발하게 쏟아내고 있지만 적잖게 노동시장 경직화에 기여할 정책들이어서 '고용률 70% 달성’은 꿈으로 끝날 것 같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시장 경직화에 기여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초 '7시간 끝장 토론’을 벌이는 등 규제 개혁에 관심을 보였지만 노동시장 규제 완화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관심 두어온 노동정책은 고용률 올리기, 60세 정년 의무화, 공공부문 일부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공부문 채용 늘려 4명 중 1명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뽑기,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조정, 임금체계 개편,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적극적이고 풍성하다. 그러나 이들 정책들을 들여다보면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시장 유연화가 아닌 경직화에 기여할 것으로 우려된다. 세 가지 정책만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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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산층 70%-고용율 70%달성은 박근혜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이들 공약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동시장을 경직화시키는 규제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을 과보호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강화, 60세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등을 통해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은 독일 슈뢰더와 메르켈정부가 추진해온 노동시장 개혁을 벤치마크해야 고용율 70% 공약 달성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노동시장 규제를 강화하면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
첫째, '60세 정년 의무화’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연시킴으로써 노동시장 규제가 될 것이다. 둘째, '공공부문 일부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경쟁을 배제시킴으로써 역시 노동시장 규제가 될 것이다. 셋째,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방미 때 GM 간부에게 약속한 '통상임금 조정’은 임금 폭등으로 이어질 노동시장 규제뿐만 아니라 노사분규 불씨도 될 것이다.
한 예로, 현대차 노조는 2014년 8월 15일에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적 인원의 68.7%가 파업에 찬성함으로써 통상임금 확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파업을 선택한 것이다.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하는 노조파업은 다른 기업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통상임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미국을 순방했을 때 미국 GM의 한 간부가 한국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자 박 대통령이 즉석에서 긍정적인 답변했고, 그 후 대법원의 한 판사가 '고정적이고, 정기적이고, 일률적인’ 성격의 통상임금에 보너스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림으로써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노사분규 불씨가 되고 있다.
한국 노동시장은 미개국처럼 경직되어 있어
'고용률 70% 달성은 꿈!’임을 밝히기 위해 한국 노동시장의 현주소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해마다 발표하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순위를 나타낸 것이다. 순위 수치가 높을수록 규제가 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 이 순위가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123개국 가운데 58위였는데 노무현 정부에서 2003년 127개국 가운데 81위로 떨어졌다가 2006년 141개국 가운데 무려 132위로 더욱 떨어졌고,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152개국 가운데 133위를 기록했다. 2011년에 한국보다 순위가 떨어진 나라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에 관한 한 아프리카의 짐바브웨(144위) 같은 미개국이나 남미의 볼리비아(139위) 같은 독재국가와 다를 게 없다.
독일은 노동시장 개혁으로 '일자리 기적’ 이뤄
독일 노동시장의 변화는 경이적이다. 독일은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순위가 2000년 74위에서 2005년 124위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가 2006년에는 2005년과 같은 124위였는데 2011년에는 84위로 크게 개선되었다. 2005년은 사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권의 마지막 해인데(슈뢰더는 2005년 11월에 앙겔라 메르켈에게 정권을 내주었음), 사회주의 정책을 실시한 사민당 정권에서 독일 노동시장이 지속적으로 경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앙겔라 메르켈 정권에서 불과 6년 동안에 독일 노동시장은 124위에서 84위로 크게 개선되었다.
독일 노동시장이 개선된 이유는 슈뢰더가 2003년에 계획한 '2010 Agenda’라는 경제개혁안('노동시장, 사회복지제도, 경제 활성화, 재정, 교육 및 훈련’에 관한 개혁)에 포함된 '노동시장 개혁’을 앙겔라 메르켈이 그대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2000년대 초만 해도 높은 노동비용으로 인해 대기업의 85%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부작용을 겪었다. 그러다가 메르켈이 소기업을 대상으로 고용보호를 완화하고, 경제 전반에 걸쳐 단기근로(short-time work)를 활성화하는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했다. 노동시장 개혁의 성과는 실업률 감소와 고용률 증가로 나타났다.
독일의 실업률은 슈뢰더 정권의 마지막 해인 2005년에 11.3%로 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으나 메르켈이 통치한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3년에는 5.3%로 떨어졌다. 독일의 실업률은 8년 동안에 무려 6%포인트나 감소한 것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의 모든 나라들이 성장률이 감소하고 실업률이 크게 증가하여 2013년에 유로지역의 실업률이 12.0%를 나타냈는데도 독일의 실업률은 5.3%로 낮았으니 놀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를 놓고, OECD는 한 보고서에서 '독일의 일자리 기적’(German job miracle)이라고 표현했다3).
독일의 고용률 증가는 '독일의 일자리 기적’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준다. '독일의 일자리 기적’은 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용보호 완화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경제 전반에 걸친 단시간근로제 도입의 효과이기도 하다. 단시간근로제도란, 경기 불황이나 계절적 이유로 인해 근로시간이 감소하게 될 때 사용자가 근로시간 단축을 연방고용청에 신고한 후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단축 이전 임금의 60∼70%를 지급하면 나머지를 연방고용청이 지원해주는 제도다. 독일의 고용률은 슈뢰더 정권의 마지막 해인 2005년에 65.5%였는데 2012년에는 72.8%로 증가했다. 고용률이 7년 동안에 무려 7.3%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독일의 일자리 기적’의 실상이다.
'고용률 70% 달성은 꿈!’ 독일처럼 노동시장부터 개혁해야
한국의 고용률은 2002년에 63.3%였는데 2012년에 64.2%로 10년 동안에 겨우 0.9%포인트 증가했다. 독일의 고용률은 앙겔라 메르켈 정권에서 2005∼2012년 7년 동안에 7.3%포인트나 증가했다. 그러면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에 고용률을 약 64.5%에서 70%로 5.5%포인트나 올릴 수 있을까? 이렇게 되려면 박근혜 대통령은 고용률을 연평균 약 1.34%포인트씩 올려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은 '일자리 기적’을 통해서도 고용률을 연평균 1.05%포인트씩밖에 올리지 못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수를 써서 고용률을 독일보다 높은 연평균 1.34%포인트씩 올릴 수 있을 것인가? 어려운 과제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노동정책을 계속 도입해 오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고용률 70% 달성’은 꿈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만 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독일처럼 노동시장 개혁부터 추진해야 한다. 2014년 초 '7시간 끝장 토론’을 벌였는데도 규제가 23건이나 증가했다는 사실로 보아 박근혜 정부에 노동시장 규제 완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어떻든 한국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지나친 정규직 보호가 완화되어야 한다. 지나친 정규직 고용보호가 완화되어야만 실업, 특히 청년실업이 줄어든다. 독일은 소기업 고용보호를 완화하여 '일자리 기적’을 이룩했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비정규직으로 2년 근무하면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게 한 노무현 대통령의 비정규직보호법은 폐기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보호로 10년 훌쩍 넘게 나라 전체가 시끄러운 경우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셋째, 노조의 힘에 밀려 28개 업종(현재는 31개 업종)에 제한적으로 도입되었던 파견근로제는 전 업종으로 확대 실시되어야 한다. 일본과 독일은 파견근로제를 처음에는 제한적으로 도입했지만 진즉 전 업종에 걸쳐 확대 실시했다. 넷째, 노동쟁의는 '법과 원칙’으로 다스려야 한다. 마거릿 대처는 '법과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하여 노조천국 영국을 노동시장이 미국 다음으로 유연한 나라로 만들었다. 다섯째, 정치 싸움만 일삼아온 노사정위원회는 생산적 노사정위원회로 발전되어야 한다. 아일랜드의 '사회연대협약’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무한경쟁시대에 노조도 경제 활성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13년간 국내차 파업으로 손실이 19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무한경쟁시대에는 1등만이 살아남는다. 한국 노조도 이제는 무한경쟁시대에 어울리는 노조로 바뀌어야 한다. /박동운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