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이상을 넘어 여야간 합의가 없는 한 어떠한 법률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국회의 식물화 초래

19대 국회가 세월호 사태 이후 단 한건의 법안도 통과 시키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 국회가 이렇게 된 데에는 과반 의사결정의 룰을 60%로 변경한 ‘국회선진화법’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동물국회 방지법, 싸움 방지법이라 지칭되기도 하는 ‘국회선진화법’은 여야간 첨예한 이견과 대립으로 발생해 온 국회의원들의 폭력사태, 국회 의장석 점거와 같은 파행적 운영을 금지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하지만 소수의 권익을 보호하고 충분한 의사표현을 합법적 토론을 통해 보장하겠다는 도입 의도와 달리 과도한 의사결정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동시에 국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국회’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정치실패 현상으로써의 ‘국회선진화법’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고자는 취지로 11일 자유경제원 5층 회의실에서 ‘정치실패 연속토론회 제5차, 국회선진화법의 비극’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이 발제자로 나섰으며, 김기수 변호사(바른교육실천행동 대표),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 차기환 변호사가 토론자로 수고했다.

   
▲ 김기수 변호사는 11일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국회선진화법의 비극> 정책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 국회선진화법 각 법조항의 위헌 소지 내역을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김기수 바른교육실천행동 대표는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입법권을 국회의사활동을 통하여 행사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이어 “이러한 입법권은 현대사회의 경제발전 속도에 걸 맞는 신속한 입법, 효율적인 입법, 정교한 입법이 중요시되는 사회가 되었다”라고 주장하며 현대 경제 추세와 더불어 효율적이면서 정교한 입법이 중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은 외국사례에서 찾아보기 힘든 무제한토론제도, 위원회안건조정제도, 국회의장의 의안직권상정제도의 폐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제 3/5이상을 넘어 여·야간의 합의가 없는 한 어떠한 법률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국회선진화법은 대한민국헌법이 선언한 다수결의 원칙을 퇴보시켜 국회를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기형적 식물국회로 만든 법률이므로 위헌이다”고 주장했다.

   
▲ 자유경제원 주최 ‘정치실패 연속토론회 제5차, 국회선진화법의 비극’ 토론회 전경. 오른쪽부터 차기환 변호사, 김인영 한림대 교수,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김상겸 동국대 교수, 김기수 변호사.

다음은 김기수 바른교육실천행동 대표의 토론문 전문이다.

헌법이 부여한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기본적인 활동은 국회의사(義事)이다. 국회의 의사가 어떤 범위까지인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으나, 대체로 법률의 제정에 관한 절차적 프로세스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입법권을 국회의사활동을 통하여 행사하는 것이다. 국회의사는 법률안에 대한 본회상정 및 표결 절차 이전에 합의를 위한 노력과 여론수렴, 검증과정을 거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국가의 정책수립, 변경, 시행은 모두 다 법률안의 제정을 통하여 시작된다. 따라서 민주적 절차를 거치고 오류를 시정할 수 있는 충분한 대화와 토론의 시간이 보장되는 것은 당연하다. 기술혁신, 글로벌경제체제로의 편입, 민감한 국제외교 등 현대사회는 실로 입법의 효율성이 보다 더 중요시되는 사회가 되었다. 18세기를 거쳐 20세기 후반까지 입법권은 인권, 재산권의 보호가 주 목적이었다면 현대사회의 입법권은 경제발전의 속도에 걸 맞는 신속한 입법, 효율적인 입법, 정교한 입법이 중요시되는 사회가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정치단체는 물론 원외의 각종 단체의 세력까지 포함한 법야권의 이해단체까지 아울러 완전한 형태의 합의안으로 된 법률안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법률의 제정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걸려 정책의 집행에 시차가 발생한다면 더 큰 정책적 오류가 발생할 것이다. 여·야의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신속한 법률의 제정, 개정, 폐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21세기 선진국을 위하여 힘차게 나아가야 할 때임에도 국회는 아직도 20세기에 머물고 있다.

국회법은 1948년 제정되고 그 동안 50여 차례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 동안 국회법은 민주적 절차 및 효율성확보 위한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다고 판단된다. 이 과정에서 국회법은 매우 정교하고 세분화되어 발전되어 온 것이다. 그런데 2012년에 개정된 국회법, 일면 국회선진화법은 종전의 개정과 전혀 차원이 다르게 외국입법례에서 찾아보기 힘든 무제한 토론제도, 위원회안건조정제도, 무제한토론제도, 국회의장의 의안직권상정제도의 폐지를 포함하고 있다.

개정된 국회법을 살펴보면 이제 3/5이상을 넘어 여·야간의 합의가 없는 한 어떠한 법률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최루탄국회, 날치기국회, 무협국회(이단옆차기)라고 불리던 시절이 그리운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현재 법률개정만으로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수많은 국민들이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폐지되어야 할 법률안도 폐지되지 못한 채, 또 헌법재판소가 위헌, 헌법불합치로 선언한 많은 법률들이 아직도 국민들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개정된 국회법에서 헌법 제48조 ‘다수결의 원칙’에 반하는 조항은 다음과 같다.

▶ 국회법 제57조의2(안건조정위원회) 신설

① 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 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 및 체계ㆍ자구심사를 위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법률안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심사하기 위하여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이하 이 조에서 "조정위원회"라 한다)를 구성하고 해당 안건을 제58조제1항에 따른 대체토론이 끝난 후 조정위원회에 회부한다. 다만, 조정위원회를 거친 안건에 대하여는 그 심사를 위한 조정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한다.

⑥ 조정위원회는 제1항에 따라 회부된 안건에 대한 조정안을 재적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이 경우 조정위원장은 의결된 조정안을 지체 없이 위원회에 보고한다.

▶ 국회법 제85조의2(안건의 신속처리) 신설

① 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체계ㆍ자구심사를 위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을 포함한다)을 제2항에 따른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경우 의원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요구 동의(이하 이 조에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라 한다)를 의장에게, 안건의 소관 위원회 소속 위원은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를 소관 위원회 위원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의장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위원장은 지체 없이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 국회법 제106조의2(무제한 토론의 실시 등) 신설

① 의원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이 법의 다른 규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아니하는 토론(이하 이 조에서 "무제한 토론"이라 한다)을 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여야 한다.

⑤ 의원은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안건에 대하여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무제한 토론의 종결동의를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다.

⑥ 제5항에 따른 무제한 토론의 종결동의는 동의가 제출된 때부터 24시간이 경과한 후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이 경우 무제한 토론의 종결동의에 대하여는 토론을 하지 아니하고 표결한다.

헌법 제48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가부동수인 때에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여 다수결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다수결의 원칙은 입법권의 행사가 실질적민주적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의 최종의 수단임은 분명하지만 대한민국헌법은 다수결의 원칙을 헌법에 명기하여 국민의 참정권이 대의제를 통하여 구체적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이러한 대한민국헌법이 선언한 다수결의 원칙을 퇴보시켜 소수자의 보호차원을 넘어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기형적 국회로 만든 법률이므로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