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최고의 자유주의 입문서가 세상에 나왔다. 자유주의자 33인과 자유경제원이 세상을 보는 올바른 관점을 심어 줄 '나를 깨우는 33한 책'(도서출판 백년동안)을 출간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와 복거일 소설가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엮은 '나를 깨우는 33한 책' 1부에서는 자유주의와의 만남을, 2부에서는 바로 보는 대한민국 역사를, 3부에서는 자유주의 거울에 비친 세상을, 4부에서는 우리는 어떻게 번영을 이루었나를 소개한다. 미디어펜은 자유주의 전파의 일환으로 <나를 깨우는 33한 책>중 부별로 일부를 발췌하여 총 4번에 걸쳐 연재한다. 아래 글은 4부 ‘우리는 어떻게 번영을 이루나’에서 배진영 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가 저술한 내용이다. [편집자주] |
『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구할 것인가』-(스티브 포브스 지음, 아라크네 발행, 2011)를 읽고
스티브 포브스가 청춘들에게 띄우는 메시지
스티브 포브스는 그의 책을 이렇게 시작한다. “열정과 혁신, 활력으로 오늘의 현실을 구축한 수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열정, 혁신, 활력, 진취성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자신의 꿈과 열망을 실현시키려는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정신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자유로움과 진취성이 정의로움에 반하며, 혁신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사회가 연대와 공감을 해치는 사회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의, 연대, 공감을 말해야만 개념 있는 젊은이로 통하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감히 우리 젊은이들에게 일독하기를 권한다.
이 책은 자유로움과 진취적인 것이 정의로움에 반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을 통해서만이 우리 사회를 혁신과 활력으로 가득 차게 하고 그런 사회가 계층 간의 연대를 강화해준다는 사실을 수없이 많은 사례들을 통해 호소력 있게 제시한다.
젊은이들의 마음에 스며있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반감과 적개심이 봄눈 녹듯이 사그라질 것이다. 적어도 자신이 갖고 있던 그동안의 생각에 대해 한번쯤은 의심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하이에크, 미제스,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시장경제 대가들의 저서는 지나치게 이론적이라 젊은이들이 읽기에는 난해한 것이 사실이다. 인내심이 강하지 않다면 페이지를 얼마 못 가서 책장을 덮을 것이 뻔하다. 이것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정당함을 젊은이들에게 확산시키지 못하게 한 측면이 있다.
이런 안타까운 틈새를 스티브 포브스는 성공적으로 메워주고 있다. 그는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비즈니스 잡지인 「포브스」의 발행인이다. 이 잡지를 통해 수많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고, 여기에 그의 통찰력과 호소력 짙은 문체가 가해지면서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다. 그런 책인 만큼, 책상머리 앞에 정자세로 앉아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일독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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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스에서 피케티에 이르기까지 좌파 학자들의 시장경제 비판의 주된 초점은 '자본’에 맞추어져 있다. 그들에 따르면 자본이 근거 없이 노동가치를 몽땅 차지하고, 또 자본이 자기증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시장경제(market economy)에 자본주의(capitalism)라는 별명을 붙였고, 자본주의를 타도하자고 했다. /뉴시스 |
포브스, 자본주의에 대한 탐욕의 편견을 깨다
이 책은 모두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제2장, 제3장은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에 관해 과감히 도전한다. 자본주의가 도덕적이지 않고 잔인하며 부자는 타인의 희생 속에 성취한 것이라는 통속적인 생각이 엄청난 편견임을 하나하나 논증하고 있다.
제4장에서 6장까지는 정부의 시장개입에 따른 폐해를 세금, 규제, 보호무역에서 신랄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마지막 장인 제7장은 그렇다면 정부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양한 대안과 함께 제시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정말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최소한의 먹을거리에도 허덕이고 있는 북한과 베네수엘라를 보아라. 그럼에도 당신은 자본주의가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여기에 구태여 교환의 상호이득과 같은 이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된다.
중국은 많은 기술들을 유럽보다 앞서 발명했다. 그렇지만 정작 이를 이용하여 인류 복지에 기여한 것은 유럽이다. 왜 그런가? 거기에는 진보를 향한 유럽인들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선택의 자유에 있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었다는 사실은 개인의 존엄과 인권 보호에 자본주의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자본주의를 통한 분업사회는 개인들을 상호의존적으로 만들어 인간을 더욱 사회화 하였다. 이것은 남을 의식하고 배려하지 않는 행동은 사회에서 배척당함을 말해준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더욱 상호 신뢰적이고 도덕적이기를 요구한다. 자본주의가 사람들을 탐욕스럽게 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개인들은 어떤 나라들보다 최소한 2배 이상의 시간과 돈을 기부한다는 사실이 이를 잘 논증한다.
그럼에도 자본주의가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이라 한다면, 그것은 어떤 특정 목적을 가진 사람들, 예를 들어 정치가나 관료들 또는 시민단체의 선동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에 관한 다양한 현장의 사례들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막연하게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적 힘과 확신을 줄 것이다. 자본주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면, 자신의 믿음을 한번쯤 의심해 볼 것이고 보다 유연한 사고의 젊은이라면 새로운 세상의 문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게 될 것이다. /배진영 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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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나를 깨우는 33한 책> 출판기념회 포스터. |
‘정부만능주의’의 최면에서 깨어나라
우리는 현실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경우를 허다하게 본다. 이런 경우는 기업뿐만 아니다. 대학교의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휘두르는 채찍과 당근을 우리는 지금도 보고 있다. 포브스는 정부개입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GM과 크라이슬러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GM의 일자리는 1/10로 감소하였고,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의 구제조치로 경제전반의 일자리 수는 이보다 훨씬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얼마나 허망한 짓이며 땅을 팠다, 덮었다 하는 짓에 불과함을 바스티아의 ‘깨진 유리창의 오류’, 루즈벨트의 ‘뉴딜’에 관한 일반인들의 착각, 슐라에스의 소설 『잊혀진 사람』에서의 정부농장 직원의 행동, 일본의 공공사업 프로젝트의 실패 등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일자리는 결국 민간 기업에서 창출되며, 정부의 일자리 사업은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포브스는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자유주의자란 사람들조차 시장경제의 폐해라고 내세우는 주제들에 대해서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빈부의 격차를 확대하고, 독점기업은 이익을 쓸어 담고 위기 때는 손실을 사방에 퍼뜨리며, CEO와 해지펀드 매니저의 연봉을 탐욕의 수준으로 끌어 올렸고, 중산층의 입지를 약화시키며, 부자들은 세금을 더 많이 내게 한다는 공격에 포브스는 수많은 사례들을 들며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놀라운 호소력과 설득력을 지닌 문체로 말이다. 자유주의자들의 낯익은 주장들, 예를 들어 세율을 낮추고 상속세를 폐지하는 것이 더 많은 세금과 이를 통한 재정적자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고, 법인세율을 높이면 소비자들 특히 저소득자들의 경제상황을 어렵게 만들며, 담배나 술 등에 부과되는 죄악세는 오히려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주장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자유무역이 우리의 삶을 향상시킨다.’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면서도, 적지 않은 젊은이들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주변국들을 궁핍화시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세계화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주민들에게 준 도움의 규모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과 유럽이 이 지역에 지원한 약 2조 달러의 해외원조보다 크며, 세계 빈곤율도 1980년에서 1990년 사이 34%에서 17%로 절반이나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독자들은 세계화를 줄기차게 반대한 이들의 논리가 얼마나 혹세무민이었는지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접할 것이다. 포브스는 자유와 시장경제에 관한 신념으로 가득한 그의 글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국내경기가 어려울 때 국내 일자리 확보라는 명분으로 도입되는 각종 보호무역 조치는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아 더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며, 무역적자는 결코 비난받아야 할 경제현상이 아님을 힘써 주장한다. 미국 역사 400년 중 350년간이 무역적자였음에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의 따뜻한 자본주의
포브스는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우리를 구하는 것은 자본주의이지, 정부가 결코 아님을 설득력 있게 호소하고 있다. 그는 정부의 역할에 대해 아담 스미스와 맥을 같이 한다. 정부의 역할은 개인의 신체적, 물적 재산을 보호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민간이 담당하기 벅찬 공공사업도 정부의 의무라고 하였다. 중앙은행의 역할과 화폐제도에 대해서 그는 오스트리아학파의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통화와 금리 정책을 통해 경기변동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착각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2007년의 금융위기와 1970년대의 상품가격의 폭등이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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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화에 따른 선후진국 간 경제성장기여도 비교 도표. 출처: Dollar, David, and Kraay, Aart(2001) "Trade, Growth, and Poverty", Finance and Development(vol. 38. #3), International Monetary Fund. (적색은 선진국, 푸른색은 개방형 후진국, 녹색은 비개방형 후진국) |
중앙은행은 화폐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그쳐야지 경제를 주도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를 위해 화폐제도는 금본위제이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무분별한 화폐발행으로 초래되는 인플레이션과 미래의 불확실성 증폭을 막기 위한 길은 금본위제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본위제를 실시한 1880년부터 1914년까지 인플레이션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가 완전히 미제스, 하이에크, 라스바드와 같은 정통 오스트리안 학파의 사상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밀턴 프리드먼과 더 가깝다. 그는 마약 문제에 있어서는 건강의 이유로 정부 개입을 은근히 지지하고 있고, 특히 2007년의 세계금융위기에서 정부의 금융권 구제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 두 문제는 아무리 자유인이라도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그 폐해가 당장은 너무 클 것이 빤하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한 자유주의자의 논지를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억지스럽고 무모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언제나 현장의 목소리에 가까이 있었던 잡지 발행인으로서 포브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금융권 구제의 정당성에 관한 그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위기는 정부에 의해 초래되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이를 치유해야 한다. 둘째, 금융권의 붕괴는 시민들의 저항과 소요로 이어져 자유시장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 자칫 독일의 과거 경험처럼 전체주의 정권이 등장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포브스는 사회적 약자 보호를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그는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자유주의적 가르침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문제는 약자를 돕는 방식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무상급식처럼, 가난한 집의 자녀뿐만 아니라 부자의 자녀에게도 무상급식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자원을 낭비하는 일인가?
사회보장제도가 비대해지고 비영리단체가 우후죽순처럼 퍼져나가는 데는 투명하지 못하고 시장원칙과는 상관없이 정책을 집행하는 무책임한 관료들이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 책은 결코 이론적이지 않고 쉬우면서도 감동적인 문체로 자본주의의 원리를 설명하고 정부의 시장개입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자본주의 또는 시장경제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당신은 분명 이 사회의 개혁가다운 정신과 그 실천의 논리력을 구비하게 될 것이다. /배진영 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