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이야기와 그림으로 쉽고 재미있게 배우면서, 누구나 마스터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전경련의 출판자회사인 FKI미디어(www.fkimedia.co.kr)가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를 일상생활과 역사 속 사례들로 재미있게 풀어쓴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를 출간했다.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부터 체제, 원리, 정부, 개방, 복지, 기업, 기업가, 노동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9가지 핵심 요소들을 각 권으로 다루고 있다. 총 9권이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며 지금까지 6권이 출간됐다. 미디어펜은 시장경제 원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권당 2편씩의 칼럼을 연재한다. |
‘스토리시장경제’ 이야기 (6) - 복지의 재발견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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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
진인사대천명의 명쾌한 진리
중세 유럽의 어느 부잣집 정원에서 일하는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미술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지만, 가난해서 원하는 미술공부를 할 수 없었다. 그 대신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활용하여 부잣집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했다. 소년은 나뭇가지를 예쁘게 다듬고, 나무 화분에 조각을 새기며 정원을 마치 작품인양 온 힘을 다해 가꾸었다. 하루는 주인이 물었다.
“네가 더 열심히 정원을 가꾼다고 해서 월급을 더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그렇게 정성껏 정원을 가꾸느냐?”
소년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월급이 많고 적음은 제게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정원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 마냥 즐겁고 기뻐요.”
주인은 소년의 대답을 듣고 크게 감격했다. 소년의 미술적 재능 자체보다 어떤 대가나 보상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소년의 순수한 열정이 부자 주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주인은 당장 소년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부자 주인의 적극적인 후원 덕분에 소년은 꿈에도 그리던 미술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자신의 재능을 활짝 꽃피울 수 있게 되었다. 이 소년이 바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미술가, 천재 화가이자 불세출의 조각가 미켈란젤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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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대표적 미술가 미켈란젤로는 부잣집 정원에서 일하던 평민 소년이었다. /사진=EBS 방송 ‘바티칸 미술관의 보물들 2편 두 거장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캡처 |
만약 미켈란젤로가 가난한 생활에 낙담하여 인생을 되는대로 마구 허비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설령 정원사 일을 하게 되었더라도 시큰둥하여 정원을 돌보는 둥 마는 둥 했더라면? 아마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을 수놓은 ‘천지창조’나 ‘피에타’의 감동이 후세까지 전해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예로부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다.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비로소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이 말은 어떤 일이든 우선 최선을 다하고 후회나 미련 없이 겸허한 마음으로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사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거저 얻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때로는 노력한다고 해서 그 노력만큼 대가나 보상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멀뚱멀뚱 있는다면 어느 누구도 도움과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결과야 어떻든 현재에 충실하며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이야말로 단 1%의 가능성도 자신의 성공으로 만드는 발판으로 삼는다. 그렇기에 옛사람들은 어떤 경우든 일단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최선을 다한 다음, 그 결과를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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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체를 강조하는 사회주의 이념(저서 ‘사회주의는 가능하다’ 표지). |
나를 지키는 것은 나다
우리는 ‘개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굉장히 차갑고 딱딱하게 느낀다. ‘시장경제’, ‘경쟁’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연대’, ‘단결’, ‘협동’, ‘공동체’라는 단어에서는 저절로 든든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는 우리가 시장, 경쟁, 개인이라는 개념을 생소해 하는 반면 연대, 단결, 협동, 공동체라는 개념에는 친숙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상 우리 삶은 대부분 사회 속에서 이뤄지며 다양한 조직에 속해 있다. 현대적인 개념의 개인과 시장, 경쟁이 등장한 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그만큼 인류는 대부분 시간을 개인이 함몰된 공동체 속에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과거에는 공동체가 곧 인간이 거친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나 다름없었다. 추위와 굶주림, 맹수의 공격 등에서 살아남으려면 혼자가 아니라 우리, 즉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공동체로 살아오다 보니 인류는 공동체, 즉 집단생활에 익숙해지며 자연스럽게 집단주의적 특성을 형성하게 되었다.
외적 위협이 거의 사라진 현대에도 사람들은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공동체의 습성을 유지하고 있다. 복지정책이 많은 사람에게 호응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이나 경쟁보다는 국가의 개입이나 구성원들의 상생을 강조하는 복지정책은 개인의 책임보다는 집단이나 사회의 책임을 강조한다. 삶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이 아닌 집단의 책임으로 해결하는 것이 복지정책의 주요 내용이다.
그렇기에 대다수 정치인은 오로지 사람의 공동체적 습성과 감정에 호소하기에 급급하지, 실제 복지정책의 효과나 실현가능성에는 비중을 두지 않는다. 구태여 복지정책의 실효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쉽게 표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따지면 따질수록 선심성 정책의 밑바닥을 훤히 드러내는 꼴이니 더욱 입을 굳게 다무는 것이다.
그렇기에 복지가 단순히 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포퓰리즘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자기 책임의 원칙이 강조되어야 한다. 스스로의 삶은 스스로 지키려고 노력하는 마음가짐이야말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건강하고 윤택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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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 앞 광장을 점령한 시위대 중에는 어린 자녀의 손에 정치구호피켓을 들게 하는 부모들이 적잖이 있다. |
과거 한국의 역사 속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지켜낸 이들이 많다. 태양이 작열하는 중동 지역에 파견 나간 근로자, 더럽고 힘든 일을 마다치 않고 독일로 간 광부 등이 그렇다. 이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타지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고난과 역경을 딛고 묵묵히 수년간이나 일했다. 그 이유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와 달리 시청 앞 광장으로 몰려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구슬땀을 흘리며 일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피켓을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정부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게 목적이다.
만약 이처럼 정부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정부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도대체 누가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겠는가?
정부는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국가를 운영하며, 자체적으로 재원을 생산해 낼 수 없다. 즉 정부에게서 나오는 모든 재원은 결국 국민에게서 나오는 셈이다. 따라서 정부에게서 뭔가를 얻어서 욕구를 충족한다는 말은, 곧 불특정 다수의 국민에게서 갈취하는 것과 다름없다. 누가 다른 누구의 무엇을 빼앗아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논리다.
자기 삶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다. 당연히 자신이 자기 삶을 책임지고 지켜야 한다. 세상 그 누구도 타인의 자선에 의존하고, 기생하는 삶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야 한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