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 정치실패 종합토론회, 페이고 제도·김영란법도

국회선진화법으로 만들어진 식물국회의 폐해, 국회선진화법의 헌법 불일치, 포퓰리즘과 지역이기주의가 결합한 산물인 빈 공항과 한산한 도로, 외국과 비교하여 터무니없이 과대한 국회의원의 특권들, 일방통행으로 호통치고 주장하고 정치 분쟁화 된 국정 감사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대통령 견제를 넘어 마구잡이 인사청문회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해버린 인사청문회는 물론이고, 국회의원들이 대기업과 대기업 CEO, 재벌 오너를 범죄 집단으로 예단하고 규제하는 입법의 남발은 어디서 오는 걸까.

자유경제원은 지난 1년간 ‘정치실패’와 관련하여 13차례의 연속토론회를 진행했다. 자유경제원이 ‘정치실패’를 다루게 된 이유는 정치논리에 입각한 정부 정책과 국회 입법이 시장경제를 훼손하고 경제성장을 막는 현실에서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 때문이었다.

자유경제원은 정치실패 연속토론회를 정리하고, 대한민국 정치실패의 현주소와 해법을 찾는 <2014 정치실패 종합토론회>를 29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자유경제원의 정치실패 종합토론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부 ‘제도적 측면 정치실패’ 세션에서는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가 발표했다.

   
▲ 자유경제원이 29일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2014 정치실패 종합토론회>에서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경제논리와 정치논리가 차이를 가질 때, 경제논리에 충실하면, 경제성장이 가능하지만, 정치논리가 우선하면 국가의 미래경제는 어려워진다”고 전제했다. 김 교수는 “경제문제에서 정치논리가 우선하는 현상은 정치인의 자질 문제로 보기에는 심각성의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논지는 다음과 같다.

1. 내년의 경제 예측이 비관적인데도 요즘의 정치권은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의 논의 내지는 ‘기업이 어떻게 국제 경제력을 갖게 할까’의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온통 검증되지 않은 ‘찌라시’와 ‘문고리 3인방’ 청와대 비서관과 ‘7인회’ 이야기들뿐이다. 2015년 내년에 들어서서 정치권이 관심을 기울일 핵심 화두(話頭)는 선거구 재획정, 개헌, 차기 대선주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2. 한마디로 정치권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 설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미래 설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저성장을 가져온 정치·경제·사회의 병폐를 고칠 수 있는 희망으로서의 강력한 리더십 내지는 정치적 뒷받침을 찾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3. 2015년을 앞두고 각종 규제와 포퓰리즘 정책으로 나라를 이 상태로 만든 정치인들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제대로 된 자기 개혁도 찾기 힘들다.

4. 국회는 자신이 가진 입법 권력을 기반으로 한국사회 갑(甲) 중의 갑(甲)임을 증명하였다. 대기업의 CEO든 재벌 오너든 국회 앞에서는 한없이 을이었다.

5. 한국사회에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적 자유는 확대되었다. 하지만 경제적 자유는 평등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위축되기 시작했다. 평등주의적 요구의 대표적인 정책이 동반성장, 경제민주화이다.

6. 정치인들은 한 치 앞의 표를 의식하여 경제적 평등과 복지를 외쳤지만 그 결과는 저성장, 청년실업, 소득격차의 확대였다. 이제는 정치권이 고성장-고용확대-세수확대-복지재원-소득격차 해소의 선순환을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김 교수는 위의 논지를 설명하는 가운데, 국회선진화법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국회선진화는 국회후진화였다. 국회선진화법은 여야의 대화와 타협만 강조했지 타협이 되지 않았을 시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았다. 국회선진화법은 소수에 의한 독재를 정당화시키고 있어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파행과 국회 무능의 책임을 모호하게 하고 있다. 국회가 저지르고 있는 대규모 졸속입법은 오히려 작게 보일 정도다. 이는 합의, 타협이 아니다. 국회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여야의 쟁점법안에 대하여 ‘주고 받기 식’ 야합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 자유경제원 2014 정치실패 종합토론회, <정치실패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플래카드 

김 교수는 “정치(政治)란 ‘바르게(正)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며 바르게 다스린다 함은 바른(正) 비전을 깃발에 담아 내세우고 흐르는 강물에 둑을 쌓는 것처럼 사회의 흐름을 유도해 나가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발제를 마치면서 김 교수는 2015년 정치실패 극복을 위하여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을 정리했다.

먼저 정치권이 2015년에 해야 할 과제 4가지다.

(1) 공무원연금 개혁 -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 그리고 2015년에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으로 후속 연금개혁을 이어서 완수해야 한다. 즉 연금개혁의 완결로 국가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2) 규제 완화 입법 - 규제 완화와 경제 활성화 법안 통과로 저성장을 탈출의 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경제 활성화의 동력을 찾기 힘든 지금 수도권 공장증설을 막는 규제를 완화하여 기업 투자를 국내로 유턴시키고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수도권 진입규제를 철폐하는 정치력을 국회가 보여주어야 한다.

(3) 페이고(Pay-Go)제도 도입 - 무상 시리즈 포퓰리즘을 막고 정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4) 김영란법 도입 - 국회는 김영란법을 통과시켜 관피아를 없애고, 스스로 깨끗한 정치를 만들고, 건전한 공직 사회를 만드는 기틀을 제공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앞장 서야 한다.

다음으로는 정치권이 2015년에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일 4가지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 부실(不實)입법 금지 -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과 경제민주화 법안을 제대로 된 심의나 영향 평가, 그리고 법안 적용 대상자의 의견 청취도 없이 통과시키는 입법은 하지 말아야 한다.

(2) 국민 동의 없는 헌법 개정 논의 중단 - 국민의 동의 없는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헌법 개정 논의는 경제가 어려운 현실에서 사회적 논의의 우선순위를 뒤바꾸는 일이다. 정치인들끼리의 새로운 권력구조 논의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으니 그만 두어야 한다.

(3) 국회에 경제인 불러들여 야단치지 않기 - 경제인을 국회에 불러 혼내고 범죄인 취급하고 마녀사냥으로 죄를 씌우는 듯한 발언과 질문은 하지 말아야 한다.

(4) 국회의원 정수 늘이지 않기 - 내년에 선거구 재조정이 있을 것인데 국회의원 정수 늘리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의원 정수에 대한 국제적 또는 학문적 기준은 없는 것이지만 의원 정수 늘리기는 의원특권 확대와 동일한 사안이며 국민적 공분(公憤)을 일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