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은 이념 논쟁 대상이 아냐…자유·평등 차원서 봐야
   
▲ 조우현 자유경제원 연구원

1998년, 혜성처럼 전진하며 등장한 최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는 가요계의 진짜 ‘신화’가 되어 18년째 활동 중이다. 그러나 이런 신화에게도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공연’이 존재하였으니, 바야흐로 2003년, 분단 이후 처음으로 육로를 통해 평양까지 갔던 “유경 정주영체육관 개관기념 통일음악회” 이야기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대한민국 대표로 ‘우리 오빠들’이 북한에서 공연을 한다는 자부심에 고무 되어 '야자'(야간자율학습)도 안 하고 집에서 TV시청을 했다.

그런데 웬걸,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밀려오는 찝찝함을 감당할 수 없었다. 시종일관 심드렁한 북한 관객들의 표정이 어린 팬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남긴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떻게 신화를 안 좋아할 수 있지?’라는, 북한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한 유아적 발상에 불과했으므로 패스! 중요한 건 북한 주민들이 무심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이다.

북한에는 ‘표현의 자유’가 없다. 그러니 TV에 나오는 특정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응원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다른 나라 얘기다.

어디 이것뿐일까. 북한 주민들의 마음속 1순위는 무조건 ‘김정은’이어야 한다.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앞에 두고 ‘김정은’에게 감사해야 하는 나라가 북한이다. 사실 밥상이란 말도 무의미하다. 북한은 지금 기아와 비극적인 인권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 보탬이 되고자 2005년 8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을 발의했다. 북한인권법은 우리 정부가 북한인권 침해 실태를 기록·보존함과 동시에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외국 정부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 2003.10.6 신화 북한 공연

‘북한인권법’이라면 대학시절 한국대학생포럼 활동을 통해 여러 차례 접한 적이 있다. 대학생 대표로 앞에 나가 성명서도 발표했다. 열심히 했었다. 당연히 통과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10년째 계류 중이다. 핑계는 다양했다. 북한이 발끈하거나 야당이 제동을 걸거나 그것도 아니면 국회의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또 다시 발의되곤 했다.

지난 12월, UN안보리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공식 의제로 채택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는 여당과 야당의 의견 불일치로 ‘북한인권법’이 합의가 안 되고 있다. 북한 인권을 바라보는 정치적 해석이 달라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북한 인권의 개념을 ‘정치적 자유’에 초점을 맞춰 정치범 수용소 등 북한 인권 실태 조사에 집중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인도적 지원을 강화해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전망이 어둡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북한인권법은 그대로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법안이 없겠지만,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일이다. 이 세상엔 ‘김정은’보다 좋은 것이 많다는 걸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좋아하는 건 누워서 떡 먹기고, 일 해서 번 돈을 내 맘대로 쓸 수 있으며, 없는 데서 나라님도 욕할 수 있다. 티만 안 난다면 앞에서도 가능하다. 전 세계 국가 중 유일하게 북한 주민들만 못 누리고 있는 것들이다.

‘북한인권법’은 이념 논쟁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선물’하는 것이다. 자나 깨나 ‘평등’을 외치는 사람들이 북한에도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를 평등하게 나누어주길 바란다. 구럼비, 돌고래, 도롱뇽의 목숨을 소중해 마지않는 사람들이 북한 주민들의 목숨도 소중하게 여겨주었으면 좋겠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우리 모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북한인권법’은 이념 논쟁이 아니다. /조우현 자유경제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