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천민민주주의·중우정치...진실 없는 언론이 부추겨
   
▲ 차기환 변호사 

1948년 건국 이후 제헌헌법시절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듯이 대한민국 헌정체제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민주주의(democracy)는 희랍어 Demoskrtia에서 나온 용어다. Demos는 공동체의 인민을, Kratos는 지배권력을 뜻하므로 Demoskratia는 공동체의 인민이 지배하는 체제를 말한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서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지 않고 다수의 지배를 의미할 뿐이다. 그래서 아테네 민주정 시절부터 민주정치가 중우정치(衆愚政治)로 타락하게 될 것을 경계하였고 실제 아테네 민주정은 그렇게 타락하기도 했다. 한편 공화주의는 그 뜻이 다양하게 주장되고 있으나 우리 헌정체제와 연관지어 그 지향하는 가치를 살펴 본다면 법치주의(개인의 자의적 지배가 아니라 법의 지배), 기본적 인권의 존중(생명,신체의 자유와 재산권 보호), 권력의 분립과 견제, 복수정당제와 대의제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천민민주주의로 타락하지 않으려면 위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

참고로 공화국은 왕정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될 수 있다. 공화정은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당시 로마는 집정관, 원로원, 민회 등의 권력을 분점하고 상호 견제함으로써 특정인의 전횡을 방지하고 평민 등 국가구성원들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였다. 이러한 공화정은 이탈리아 피롄체, 베네치아 같은 도시국가로,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으로 영국으로, 프랑스혁명으로 프랑스로, 독립전쟁을 통하여 미국으로 퍼져나갔다.

   
▲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군통수권자이자 행정부의 수반, 대통령이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절대왕정이나 식민지 지배를 하는 본국과의 투쟁이나 전쟁을 통해 민주공화정을 쟁취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민주공화정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고 일본의 식민지배가 끝나자 전쟁이나 유혈 투쟁 없이 성립하였다. 그래서인지 우리 국민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위와 같은 헌법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깊지 않다. 그 후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하의 권위주의 체제에서 경제 성장을 통해 중산층이 형성되면서 정치적, 경제적 자유 확대를 위한 노력 끝에 1987년 헌법 체제가 만들어졌고 그것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1987년 체제가 성립된 이후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흐름을 살펴보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에서 본 공화주의) 사이에서 전자(前者)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자신들의 정당의 정책의 일관성이나 헌법적 가치보다 유권자들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하다. 특히 1992년 및 1997년 대통령 선거를 통해 여론조사가 선거에 활용되면서부터는 변동성이 심한 여론조사에 휘둘리는 경향까지 생겼다.

그 결과 특정 시점의 쟁점 사항에 대하여 여론이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면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관심이 없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심하면 이에 편승하여 이익을 취하려 한다. 국민들도 쟁점 사안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 별관심이 없다. 자신이 속하거나 지지하는 조직이나 진영에 유리하면 진실이든 아니든 개의치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는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는 유린되고 여론 조작이나 왜곡을 통한 영향력 확대, 정파적 이익 쟁취를 노리는 잘못된 행태가 생겨난다. 또 하나의 천민민주주의의 사례이다.

예를 들어 2014년 문창극 총리후보 낙마 사태 때 보도를 보자. KBS는 문창극 후보가 교회 내 강연에서 친일발언을 했다고 보도하였고, 모 종편의 A기자는 그런 보도를 두둔하면서 문창극이 비숍 여사를 인용하여 조선민족을 게으르다고 비하했고, 정작 비숍 여사가 연해주 조선족을 보니 근면하고 부유하게 살고 있었다고 소개한 것은 빼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문창극은 비숍 여사의 그런 발언을 다 소개했고 나아가 비숍여사가 한반도 내 조선민족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양반들의 극심한 수탈 때문에 근로의욕을 상실한 것 때문이라고 양반을 비판한 것도 소개했다.

   
▲ 2014년 6월 24일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던 문창극 총리후보.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국회의 지나친 견제 등 인사청문회의 난맥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였다. 문창극 관련 보도는 언론의 악의적인 오보 사례이기도 하다. 

KBS는 백을 흑이라고 한 것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오보다. KBS 및 당해 기자는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자협회는 그 기자에게 상을 주었다. 2008년 광우병 보도때에도 다우너소를 광우병소라 하고, 한국인의 유전자가 특이하게 광우병에 걸리기 쉽다는 오보를 했음에도 PD협회도 그 PD에게 상을 주었다. 2014년 연말부터 수십 일동안 정윤회씨가 부당하게 국정인사에 개입했다느니, 청와대 비서 3인방이 국정을 농단했다느니 온갖 추측성 보도를 했으나 실체가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 보도를 처음 한 기자는 사과를 한 것이 아니라 또 기자협회가 주는 상을 받았다.

이렇듯 한국 사회의 일부 기자나 매체는 진실에 관심이 없고, 시민들도 의도가 엿보이는 오보를 시정하고 방지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심각한 점은 사회의 지식인들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이런 현상에 편승하여 정파적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자성(自省)은 없고 자축(自祝)만 있고, 이런 행태로 유린되는 개인의 인권은 뒷전이다. 그들은 오히려 오보나 왜곡 보도로 인한 여론도 여론이라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정부마저 이런 오보에 휘둘린다. 언론매체는 언론의 자유라는 방패 뒤에 숨은 채 진지한 자정노력도 없다. 언론 환경이나 종사자들의 이런 자세가 변하지 않고는 천민민주주의의 잘못된 행태를 시정할 수가 없다. 진실의 뒷받침 없이는 참된 민주주의도, 헌법적 가치의 실현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차기환 변호사

(이 글은 자유경제원 홈페이지(www.cfe.org), 세상일침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