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지방 균형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행됐던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오히려 인력 유출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토교통부가 이노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에 제출한 지방이전 공공기관 퇴직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최근 3년간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총 86곳, 3만125명으로 이 중 693명이 지방 이전 완료 뒤 희망퇴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녀 교육이나 배우자 직장 등의 문제로 삶의 터전을 지방으로 옮기기 어렵거나 본사 이전 후 가족과 떨어져 '나홀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해 9월 말 부산으로 이전한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직원들은 올해 8월 말까지 11개월 동안 이전 대상 임직원 56명 가운데 20명이 회사를 그만둬 퇴직자 비율이 35.7%에 달했다. 지방 이전 후 매월 1.8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 2012년 대구혁신도시로 이전한 중앙신체검사소는 32개월 동안 이전대상 28명 가운데 32.1%인 9명이 희망퇴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로 이전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는 이전 대상 258명중 54명(20.9%), 광주·전남 혁신도시로 옮긴 농식품공무원교육원은 39명중 8명(20.5%)이 퇴직해 희망퇴직 비율이 20%를 넘었다.

2013년 9월 부산으로 옮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33명 이전 대상 중 6명(18.2%), 지난해 3월 대구로 이전한 한국사학진흥재단은 67명 중 12명(17.9%)이 회사를 그만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경북·13.5%), 국립과학기상원(제주·12.9%), 국토교통인재개발원(제주·12.5%), 우정사업조달연구소(경북·10%) 등도 상대적으로 퇴직자 비율이 높았다.

올해 3월 경남으로 옮긴 한국세라믹연구원은 불과 5.5개월 만에 전체 이전 대상 251명 중 24명(9.56%)이 그만둬 월평균 4.4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혁신도시별로 희망 퇴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광주·전남으로 170명이 그만뒀고 대구가 105명, 충북 84명, 부산 71명, 경남 69명, 전북 66명 등의 순이다.

희망 퇴직자 비율이 가장 높은 혁신도시는 이전대상 임직원 194명 중 25명이 퇴직한 제주(12.89%)였고 충북(4.63%), 대구(3.52%), 전북(2.44%), 광주·전남(2.34%) 등이 뒤를 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생활 터전이 바뀌면서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본사가 있던 서울·수도권에서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지역, 대형 공기업보다는 중소규모의 급여 수준이 높지 않은 기관을 중심으로 퇴직자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노근 의원은 "국가 균형발전을 이유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보내고 있지만 정작 그 구성원들은 거주지와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희망퇴직이 속출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혁신도시의 편의시설과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 인력 유출을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